개인 이익과 집단의 괴리가 정치 분열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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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민주주의 꽃으로 불리며 아주 중요한 정치 행사인 선거가 올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치러진다.
저자는 민주주의, 평등, 연대, 안전, 번영이란 사회적으로 중요한 다섯 가지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둘러싼 딜레마가 무엇인지, 그 안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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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벤 앤셀/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2만3000원
흔히 민주주의 꽃으로 불리며 아주 중요한 정치 행사인 선거가 올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치러진다. 나라별로 공정한 선거가 제대로 보장되느냐와 별개로 4월 10일 한국 국회의원 선거(총선)와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세계 인구의 25%가 선거에 참여하는 ‘슈퍼 정치의 해’인 셈이다.
민주주의의 덫을 예로 들면 이렇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을 대표하는 말이 ‘국민의 뜻’이다. 저자는 그 말이 가진 함정을 지적한다.
전체 인구가 100명인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두 명의 후보가 출마해서 한 후보가 6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투표율은 80%다. 전체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얻었는지 보면 48%(100×0.8×0.6=48)로 절반도 안 된다. 그럼에도 선출된 권력으로서 전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 ‘국민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말이다.
요컨대 민주주의의 문제는 국가와 개인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국가는 이기적인 개인들의 집단이고, 개인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은 집단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각자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는 개인적인 동기는 우리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즉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국민의 뜻’은 애당초 존재하기 어렵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그토록 힘들고, 우리가 민주주의의 덫에 갇히는 이유다.
이런 의견 불일치 세계에서 타협과 협의의 길을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인물이 나타나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 기술과 시장을 통해 나은 세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정치가 없어져야 세상이 발전할 것이라는 선동은 오히려 우리를 퇴보하게 만든다.
저자는 “정치를 외면한 대안은 우리를 좌절의 길로 이끌 것”이라며 “서로의 의견 차이를 인정하면서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실패하는 정치보다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이끄는 정치를 위해 노력하는 세상을 바라면서.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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