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해서 죄송”..죄인이 된 아이돌 [Oh!쎈 초점]
[OSEN=김나연 기자]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과열된 국내 팬덤 문화에 대한 외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에스파 카리나가 공개연애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해외에서도 연애가 금기시 된 K팝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기사들이 연이어 등장한 것.
지난달, 에스파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의 열애가 보도됐다. 1월 명품 브랜드 패션쇼에서 첫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것. 양측 소속사는 지체 없이 "두 사람이 이제 알아가는 단계"라며 열애를 공식 인정했다. "사생활인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존중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이들의 연애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세 스타들의 만남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고, 이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하지만 일부 팬들의 반응은 그렇지 못했다. 데뷔 4년차 아이돌그룹의 리더가 공적인 스케줄 장소에서 이성과 만나 교류하는 것, 조심성 없이 데이트 현장이 발각된 것 등이 팀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이 부족한 행동이라는 주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카리나가 연애 기간동안 팬들에게 소홀했다며 몰아세우기도 했다.
팬덤 내에서는 '탈덕' 물결이 일었고,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 트럭 시위까지 벌어졌다. 결국 카리나는 열애 공개 1주일만에 자필 편지를 올리고 공개 사과 했다. 그는 "그동안 저를 응원해준 마이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을 저도 너무 알기 때문에 더 미안한 마음"이라며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라고 고개숙였다.
카리나의 사과문이 공개되자, 극성맞은 팬들을 향한 날선 시선도 뒤따랐다.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사생활은 보호받아 마땅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닌 그저 연애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외신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K팝 문화의 문제점을 짚었다.
영국 매체 BBC는 "한국과 일본의 스타들은 (팬들의) 압박으로 악명 높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불과 10년 전만해도 소속사들은 신인 스타들의 연애나 개인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는 것이 관례였고, 지금도 연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팬들에게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미국 매체 CNN은 "대부분의 K팝 스타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하며,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소속사의 입장에서 스타가 신비주의를 잃게 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K팝 산업이 열렬한 팬층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극도의 충성심은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팬의 요구와 욕구에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철저한 감시를 받는 K팝 스타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가 연애 때문에 사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하이라이트 손동운이 깜짝 결혼을 발표했다가 팀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일부 팬들의 비난에 사과를 하기도 했다.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결혼을 발표하는 것은 팀과 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 당시 그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가 여러분들 또 회사와 형들한테 조금 어려운 짐을 나눠드리게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얘기를 좀 드리고 싶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잘할 수 있게 열심히 잘 하겠다"고 사과했다.
최근에는 라이즈 앤톤이 일반인 여성과 열애중이라는 루머에 휩싸여 비난을 받자, 사진에 찍힌 여성까지 직접 해명에 나서 팬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A씨는 "저는 단 한번도 앤톤과 데이트를 하거나 연애 감정을 가진 적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실제로 연애를 하지 않았음에도 연애를 했다며 일반인인 A씨까지 억울하게 욕을 먹은 셈이다. 앤톤 역시 라이브 방송에서 "며칠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제 마음과 다른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속상했다"며 "의도치 않은 부분에서 팬분들이 느꼈을 감정들에 대해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열애설 관련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 같은 팬들의 과민한 반응은 비단 연애애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뉴진스 민지는 "칼국수가 뭐지?"라는 말을 했다가 비난과 조롱을 받고 "너무 미숙한 태도로 실망시켜드린 점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신경 쓰겠다"고 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티스트를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구속하고, 조금이라도 그 기준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경우 가차없이 매도하는 기이한 문화는 같은 K팝 팬들 사이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큰 잘못도 아닌 일로 몰아붙이고 사과를 종용하는 행위에 매번 "아티스트만 불쌍하다"는 여론도 뒤따랐다. K팝이 글로벌화 된 만큼 팬들 역시도 그 명성에 걸맞게 성숙한 팬 문화를 구축해 모범이 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OSEN DB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