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는 인신매매 진원지?… 필리핀서 ‘취업 사기’ 피해자 900여 명 구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취업 사기를 당해 필리핀으로 끌려갔던 중국·동남아시아인 900여 명이 현지에서 구출됐다.
온라인 공간에서 투자 사기·도박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일삼는 범죄 조직이 고수익을 미끼로 아시아 각국 청년을 끌어들이는 일이 잇따르면서 동남아시아가 '인신매매 허브'로 전락할 위기다.
1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와 필리핀 군·경찰은 전날 수도 마닐라에서 약 100㎞ 떨어진 북부 딸락주(州) 밤반의 한 건물을 급습해 875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일 사기 할당량 못 채우면 고문·학대 일삼아
한국인 피해자도 늘어... "여행·취업 주의해야"
취업 사기를 당해 필리핀으로 끌려갔던 중국·동남아시아인 900여 명이 현지에서 구출됐다. 온라인 공간에서 투자 사기·도박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일삼는 범죄 조직이 고수익을 미끼로 아시아 각국 청년을 끌어들이는 일이 잇따르면서 동남아시아가 ‘인신매매 허브’로 전락할 위기다.
사기 할당량 못 채우면 고문
1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와 필리핀 군·경찰은 전날 수도 마닐라에서 약 100㎞ 떨어진 북부 딸락주(州) 밤반의 한 건물을 급습해 875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432명과 필리핀인 371명, 베트남인 57명, 말레이시아인 8명 등이 포함됐다.
해당 건물은 중국 인터넷 게임 회사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가상화폐 사기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사기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와 전자 장비도 수백 대나 발견됐다.
구출된 이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구인 광고를 보고 필리핀에 들어왔다가 붙잡혔다고 진술했다. 일부는 요리사, 청소부로 채용됐지만 건물에 감금된 채 '피싱(phishing·개인정보 이용 사기)'이나 '파밍(pharming·악성코드 이용 사기)' 같은 사이버 사기 업무를 해야 했다. 건물에서는 산탄총, 권총, 리볼버 등 총기와 실탄 등도 다수 발견됐다. 일부 피해자의 몸에서는 전기 고문 등 학대 정황도 나타났다.
대책위원회를 이끄는 질베르토 크루즈 차관은 “피해자들은 휴대폰과 여권을 빼앗겨 출국이 불가능했다”며 “쉬는 시간 없이 장시간 일해야 했고, 하루 최소 10건의 (사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잠을 못 자거나 신체 학대를 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경찰은 중국인 용의자 8명을 불법 구금과 인신매매 혐의로 구금하고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에 신원 파악을 요청했다.
온라인 범죄 거점 된 동남아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는 인신매매로 대규모 인력을 끌어 모아 온라인 사기에 강제 동원하는 범죄 조직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해 6월 마닐라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온라인 카지노에서 강제로 일하던 외국인 1,000여 명을 구출했다.
10월에도 온라인 사기와 성매매 등에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을 급습해 약 600명의 신병을 확보했는데,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도 포함됐다. AFP통신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감금, 범죄에 동원됐다 구출된 외국인이 약 3,3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인도차이나반도 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도 인신매매와 보이스피싱 일당이 기승을 부리는 곳으로 악명 높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해 8월 “미얀마 전역에서 최소 12만 명, 캄보디아에서 10만 명이 범죄 조직 강요로 범행에 동원됐고, 라오스 필리핀 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 사례가 수만 명씩 나오고 있다”고 발표했다.
동남아 지역을 ‘각종 온라인 범죄가 독버섯처럼 자라는 곳’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유엔은 취업 등을 구실로 사람을 데려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까지 인신매매로 규정한다.
한국인도 범죄 타깃이 되고 있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과 접한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취업 사기를 당했다고 신고한 한국인 건수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4건에서 지난해 9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1월에만 38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골든 트라이앵글에 속하는 미얀마 타칠레익에 한국인 19명이 감금됐다 어렵게 구출되면서 외교부가 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금 가면 다시는 못 볼 거다” 어머니의 서늘한 그 말... 현실이 됐다 | 한국일보
- 장예찬 "남자들 룸살롱 자제, 여자는 백좀 작작 사라"...당 지도부, 파장 주시 | 한국일보
- '류준열과 열애설' 한소희 "환승연애, 내 인생에 없다" 의혹 진압 | 한국일보
- 노현희 "피 토하면서 운전…구급대원에 감사" | 한국일보
- 송하윤 "'내남결' 촬영 당시 박민영과 인사도 안 해"...고백 | 한국일보
- "연락두절된 아들, 혼수상태 됐다"… 프랑스 파리서 '묻지마 폭행' | 한국일보
- 류준열·한소희, 하와이 체류는 맞고 열애는 아니다…양 소속사 "배우 사생활" [종합] | 한국일보
- "32명 사상 도봉구 아파트 화재는 담배꽁초 탓"... 경찰 70대 주민 송치 | 한국일보
- [단독] 현주엽은 목요일마다 '먹방', 코치는 학부모가 '셔틀'... 이게 휘문고 농구부 현실 | 한국일
- '정봉주 논란'에 입 연 강원래 "가해자가 사과한 척 했다면 평생 원망"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