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태아 성별 공개 금지는 위헌…헌재 인식 변화, 의미는?

박성혜 작가 2024. 3. 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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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최근 헌법재판소가 태아의 성별을 임신 32주까지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가족 제도에 대해서 과거와 달라진 인식을 반영한 사법부의 판단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그 의미와 시사점에 대해서 박은선 변호사와 짚어봅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먼저 이번 헌재 결정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겁니까?


박은선 변호사 

네 현행 의료법 제20조 제2항을 보면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에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해서 32주 전 태아의 성별을 감별하거나 또는 고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예비엄마 아빠인 30대 변호사들이 이러한 의료법 조항은 의사의 산부인과 의사의 어떤 직업수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그러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건데요.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 기본권은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장래 태어날 자녀의 성별에 대해 좀 더 빨리 좀 더 정확하게 알아서 출산 준비를 효과적으로 하고 싶은데 이 권리를 침해받는다는 거죠.


이에 대해 우리 헌법재판소가 이번에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린 겁니다.


서현아 앵커 

그래서 그동안 병원에서 "아빠 닮았네"라든지 "배냇저고리는 분홍색으로 준비하세요" 이런 말을 아주 간접적으로 돌려서 했던 거네요.


그렇다면 이런 법이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박은선 변호사 

이 의료법 조항은 1987년에 제정이 되었는데요.


그 당시 제정된 이유나 또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이 의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유 모두 가부장제 이외에 또 남아선호사상 이런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대를 이을 아들이 굉장히 중요했죠.


그렇다 보니까 특히 다자녀 가정에서 태아가 여아로 확인이 되면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이를 막기 위해서 이 조항이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럼 이번 헌재 결정은 남아선호사상의 쇠퇴라는 사회적인 변화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봐야 되겠네요.


박은선 변호사 

네 바로 그렇습니다.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상승이 되었고 또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요.


또 가정에서도 반드시 아들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유교적 사고에 얽매인 가정이 거의 없다고 보입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출생 순위별 성비가 자연 성비의 정상 범위에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발표를 봐도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경우의 90% 이상이 태아의 성별을 알기 전입니다.


또 검찰이 헌법재판소에 회신한 내용을 보면 지난 10년간 이러한 태아 성별 고지를 이유로 한 의료법 위반죄와 관련한 고발 자체가 아예 전무합니다.


사실상 이 조항은 사문화된 조항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분명하게 고려했습니다.


즉 태아의 성별을 고지한다고 해서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는 건 아니다.


또 태아의 성별 고지가 곧 낙태 전 단계다 뭐 이렇게 볼 수는 없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법 조항이 유지되면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부모의 자연스럽고 또 본능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마땅한 권리 헌법재판소의 표현이었는데요.


이 권리가 침해된다 이렇게 판단하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 양성평등 의식의 발전이라든지 어떤 가족관과 양육관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 그렇다면 이 헌법재판소가 비슷한 결정을 한 사례가 또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대표적으로 호주제 폐지를 둘 수 있는데요. 


지금은 이제 용어조차 낯설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민법에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라는 일을 가르치는 호주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호주는 집안의 주인 집안의 가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로지 남성만이 될 수 있어서 만약에 어느 가정에서 장녀가 20대 성인이고 또 이제 아이들이 있는데 막내가 이제 젖먹이 아들이다.


이러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그 집안의 호주의 지위는 막내 젖먹이 아들에게 승계가 됩니다.


이것은 이제 당연히 양성평등을 위반하는 문제가 있죠.


따라서 특히 90년대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위헌적인 제도다.


양성평등에 반한다 그리고 또 권위주의적인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굉장히 치열한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2005년 2월에 헌법재판소는 호주제가 여성의 가장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 추세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또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위배된다고 하면서 위헌을 선언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호주제 자체가 위헌이라고 했는데 어느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불과 20~30년 사이에 일어난 아주 큰 변화입니다.


그 외에 또 가족제도를 평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재판들이 있을까요?


박은선 변호사 

2005년 12월에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주의 여기에 이제 예외가 없는 것은 인격권을 침해한다라는 제 결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에는 혼인신고 시에 부부가 우리 아이가 퇴원하면 엄마의 성을 따르도록 한다는 협의를 하게 되면 그렇게 해도 되도록 민법 조항이 마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건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의 판단이기는 하지만 역시 2005년에 종중의 일원의 자격 즉 종회 회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은 남성에게만 있다라고 하는 관습이 더는 법적 효력이 없다 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그래서 현재에는 여성도 종회 회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렇게 진보적으로 변화한 부분이 있는데 하지만 좀 부족한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2008년에 남성인 단기 복무 장교가 여성 군인과 달리 자신에게는 육아휴직 신청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거는 혼인가족생활에서의 양성평등과 나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거 아니냐라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 육아휴직 신청권 자체가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다 이건 법상 권리에 불과하다라고 하면서 이제 이 헌법소원을 인용하지 않았죠.


최근에 공무원은 3년의 육아휴직 기간이 보장이 되는데 비공무원은 1년만 인정받는 것에 대해서 이게 평등권 침해다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었고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헌법재판소가 종래의 육아휴직 신청권이 법상 권리라는 그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이 헌법소원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우려가 있는데요.


최근 저출산으로 인해서 국가 소멸 위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산 장려를 위해서라도 개개인이 국가의 육아휴직 제도의 적극적 시행을 요구할 그 청구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는 이런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저출산 시대라는 사회적 변화 이런 현저한 사정 변경을 우리 헌법재판소가 인정해서 우리 가족 제도 중에서 육아와 관련해서도 진보한 그런 결정들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서현아 앵커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헌법재판소가 앞으로도 의미 있는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라겠습니다.


변호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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