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경기장 선거 유세 못 막은 충남아산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경고…“유니폼 색깔 변경은 징계 근거 없어”

박효재 기자 2024. 3. 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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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충남아산 선수들이 9일 2024시즌 홈 개막전 부천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근 유니폼 색깔 변경 등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의혹이 불거진 K리그2 충남아산에 경고 조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프로연맹은 15일 충남아산 구단에 공문을 보내 지난 9일 홈 경기에서 발생한 경기장 인근 선거 유세 활동과 관련해 “경기 당일 입장 게이트 인근에서 유세가 있었던 사실은 연맹 지침 위반으로 판단된다”라며 “다만 구단에서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재발 시 상벌위원회 회부 등 조치가 있음을 경고한다”고 전달했다.

지난 9일 충남아산과 부천FC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2라운드가 치러진 충남 아산의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4개 정당의 선거 운동원들이 나와 유세 활동을 벌였다.

충남아산이 제출한 경위서에 따르면 4개 정당 선거 운동원들은 경기장 입구 앞에서 관중에게 유세 활동을 했고, 구단은 경호 인력을 동원해 선거 운동원들을 경기장 밖으로 이동시켰지만, 이에 불응한 1개 정당만 입장 게이트에 남아있었다.

이에 프로연맹은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한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강령과 K리그 대회 요강에 따라 충남아산 구단에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프로연맹은 충남아산 구단이 사전에 각 정당에 프로연맹의 지침 내용을 전달하며 선거운동 금지 사항을 안내했고, 선거 운동 예방을 위해 경호 인력을 증원하고 교육한 점 등을 고려해 상벌위원회에 사안을 넘기지 않고 경고만 했다.

지난해 3월 열린 K리그2 홈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충남아산 선수들. 프로축구연맹 제공



다만 충남아산이 이날 홈 유니폼으로 기존의 파란색 대신 빨간색을 입고 뛴 것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연맹 관계자는 “유니폼 등록은 절차에 따라 했다”면서 “변경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조사했을 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충남아산의 첫 번째 상징색은 파랑이다. 이번에 선보인 빨강 유니폼은 두 번째도 아닌 세 번째 유니폼이다. 보통 구단들은 홈 첫 경기에서 첫 번째 상징색 유니폼을 입고 뛴다. 충남아산은 지난 시즌 첫 홈 경기에서는 파랑 유니폼을 입었다.

구단 서포터와 일부 팬들은 당시 경기장을 찾은 김태흠 충남 도지사와 박경귀 아산 시장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 상징색 빨강에 유니폼 색깔을 맞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구단이 지역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구단은 “아산은 이순신 장군이 영면한 곳”이라면서 “이 장군 옷의 상징색인 빨강 유니폼을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남아산 팬들은 구단 지원과 운영에 전권을 쥔 지자체장 눈치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구차한 해명이라고 보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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