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세력 결탁하면 종신형’…더 세진 홍콩보안법 통과 눈앞

박은하 기자 2024. 3.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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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인 빈과일보의 라이언 로(오른쪽에서 두 번째) 편집장이 자택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2021년 6월 7일 사진. 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자체 추진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인 ‘국가안전조례’가 통과까지 형식적 국회 표결만 눈앞에 뒀다.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입법회 의원들은 홍콩 정부가 제출한 ‘국가안전조례안’에 대한 일주일 동안의 심사를 마치고 조례안 내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조례는 정부안에서 변경 없이 본회의로 넘겨져 조만간 통과될 전망이다.

홍콩 국가안전조례는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 기본법 제23조를 근거로 추진되고 있다. 홍콩 기본법 제23조는 홍콩 정부가 분리독립·폭동선동·국가전복 행위 등을 처벌하는 법령을 제정할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 조항에 따라 2003년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대규모 반대 시위가 발생해 물러선 바 있다.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중국 정부는 2020년 직접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였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에 담기지 않은 반역죄나 국가기밀 절도죄 등을 반영해 홍콩 정부가 별도의 보안법 입법을 추진할 것을 압박해왔다.

홍콩 정부가 지난 8일 공개한 국가안전조례는 중국 정부의 요구안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특히 기존 홍콩 보안법을 보완해 외부 세력과 결탁한 사람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의도로 공항 및 기타 대중교통 수단을 포함한 공공 인프라를 손상하는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하지만, 조례에 따르면 외부 세력과 공모했다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선동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지만, 이런 행위를 위해 외부 세력과 공모하면 형량은 10년으로 늘어난다.

외부 세력에 대한 정의에는 외국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경영진이 외국 정부 희망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는 기업 등이 포함된다.

조례는 주민들이 반역·외부 세력과의 공모 행위를 알게 될 경우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한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조례는 공무원에게 정부에 대한 충성을 접도록 고의로 선동하는 사람을 “공무원에 대한 불만 선동”이라는 범죄로 규정한다. 경찰에게 감정적으로 학대할 수 있는 욕설을 하는 사람은 최대 1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입법회 심사과정에서 “공무원에게 ‘빨리 은퇴하고 이민 가자’라고 말하면 처벌 대상이 되는가?” “가톨릭 신부가 간첩 행위에 대한 고해성사를 듣고 비밀을 유지한다면 법에 위반되는가” 등의 질문이 나왔다. 그만큼 법의 규정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홍콩 입법회는 지난 8일부터 일주일 동안 법안 심사 끝에 181개 조항을 모두 변경하지 않고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홍콩 정부는 심사과정에서 제기된 질문에 “의도가 중요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으나 우려는 해소되지 못했다.

일부 의원들은 해외에 적극적으로 국가안전조례 제정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홍콩프리프레스에 따르면 친중 성향인 유니우스 호 의원은 14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자신이 2019년 송환법 시위대가 한 폭력행위의 피해자였다며 “국가안전조례는 홍콩 주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국가안전조례는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 정부가 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안전조례 추진으로 가톨릭 사제가 ‘고해성사’의 비밀유지 의무를 준수했다 체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가톨릭 홍콩교구는 15일 성명을 내고 “고해성사의 기밀적 성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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