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BC에 “회칼 테러” 거론한 황상무 ‘언론겁박수석’ 해임하라
“MBC는 잘 들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4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 정보사령부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 자리엔 MBC 기자도 있었고,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쓰고 했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의 말을 더했다고 한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면 가만두질 않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도저히 제정신이라 볼 수 없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노태우 정권 초기인 1988년 중앙경제 오홍근 사회부장이 월간중앙 8월호에 쓴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 제목의 기고가 발단이었다. 군 비판 보도에 불만을 품은 정보사 예하부대장 등 지시로 군인 4명이 출근하는 오 기자를 대검으로 찌른 뒤 상부에 보고했다. 권위주의 정권이 언론인을 상대로 벌인 백색테러였다.
황 수석이 백주대낮에 기자들 앞에서 이 사건을 꺼내고, MBC 기자를 지목한 것은 충격적이다. 정권을 비판하는 보도를 계속 하면 테러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언론에 대한 명백한 겁박이다. 황 수석은 뒤늦게 “농담”이라고 했지만 얼렁뚱땅 넘어갈 일도, 넘어가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KBS 기자·앵커 출신인 황 수석은 공인 중의 공인이어야 할 대통령 참모의 자세를 잃었다. 한때 언론인이었다는 말조차 부끄러워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비판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한 MBC를 옥죄려고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감사원을 총동원했지만 실패했다. 대통령실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의해 출국금지된 것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자, ‘공수처·야당·좌파 언론이 결탁한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려 한다. 하다하다 이제는 비판 언론에 테러를 협박하는 지경에 이른 건가. 황 수석 전임인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MBC에 대한 보수단체의 관제 시위를 종용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시민사회수석은 ‘언론겁박수석’ ‘언론공작수석’인가.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한국의 자유민주지수가 2021년 17위에서 지난해 47위로 하락했다며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2022년 43위에서 지난해 47위로 2년 연속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역사적 퇴행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황 수석은 또 5·18에 대해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선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 “배후가 있다고 의심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했다. 일부 극우 인사가 거론하는 5·18 북한 배후설은 지긋지긋하다. 하물며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수석이 근거없는 배후설을 운운하며 5·18 민주화 운동을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대통령실이 5·18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시민사회수석은 시민통합·시민소통을 위해 존재한다. 황 수석은 이 자리에 가당치 않다. 자신의 발언과 잘못된 언론관에 대해 사과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마땅하다. 윤 대통령도 대통령실 기강과 신뢰를 흔든 황 수석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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