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철에 출석 어려워” 법원 사상 첫 농번기 휴정

이슬비 기자 2024. 3. 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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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경기도 여주시 우만동 한 비닐하우스 논에서 열린 모내기 행사에서 한 농부가 이앙기로 모를 심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여주·이천시와 양평군을 담당하는 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농번기 휴정(休廷)’을 시행한다.

수원지방법원·수원가정법원 여주지원(지원장 이현복)은 모내기 철인 오는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총 12일간 농번기 휴정을 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많아 모내기 등으로 바쁜 봄철에 재판기일이 잡힐 경우 “출석하기 어렵다” “재판 기일을 변경해달라”는 요구가 잦았다고 한다. 이에 여주지원 판사들은 머리를 맞댔다. 판사들은 회의를 열고 기일 변경요구가 많은 5월 중순을 휴정기로 정하고 이 기간을 피해 재판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주지원 관계자는 “지역 특성과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판사 회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휴정기를 설정했다”라고 했다.

여주지원은 휴정기간 동안 피고인이 구속된 형사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 재판을 진행하지 않거나 증인 등을 소환하지 않는다. 다만 신속한 처리를 요하거나 당사자 본인이 재판 진행을 원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기간에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농번기 휴정’은 ‘하계·동계 휴정기’와는 별개다. 휴정기 제도는 재판부마다 각각 쉬는 기간이 통일돼 있지 않아 소송관계자들이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는 불편을 막기 위해 지난 2006년 도입됐다. 통상 하계와 동계로 1년에 두 차례 같은 기간에 재판을 쉬는 휴정기가 있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재판지연 해소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농번기 휴정을 도입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기일을 조정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한데 휴정 기간을 지정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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