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판 언론에 ‘회칼 테러’ 언급, 이게 윤 정부 언론관인가

한겨레 2024. 3. 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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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4일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노태우 정권 때 있었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식사 자리라도 군사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건을 현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사 기자를 겨냥해 "잘 들으라"며 언급한 것은 누가 봐도 협박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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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4일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노태우 정권 때 있었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아무리 식사 자리라도 군사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악명 높은 사건을 현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사 기자를 겨냥해 “잘 들으라”며 언급한 것은 누가 봐도 협박으로 들린다.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을 동원해 비판 언론을 겁박하는 일이 잦은데, 이런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 참모가 언론인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기자를 윽박지르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할 행동이 아니다.

한겨레 등 언론 보도를 보면, 황 수석은 이날 일부 출입기자들과 한 오찬 자리에서 문화방송 기자에게 “엠비시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사건은 1988년 월간지에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연재하던 당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이 군 정보사 군인들에게 당한 테러를 가리킨다. 오 기자가 칼럼에서 군을 비판한 것에 앙심을 품은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상관 지시를 받고 테러를 한 것이다. 오 기자는 허벅지가 크게 찢기는 중상을 입었다.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을 30여년이 지난 지금 기자들에게 “잘 들으라”며 상기시킨 이유가 뭔가. 황 수석은 ‘당시 (오 기자가)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썼던 게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면 비슷한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려는 의도였나.

검찰은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봐준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등 언론사 기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을 수사하는 건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을 수 없다. 또 방심위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문화방송의 ‘바이든-날리면 자막 논란’ 보도에 최고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는 어떤 식으로든 응징하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것 같다. 그 자리에서 문화방송 기자가 “왜 잘 들으라고 한 건가”라고 되묻자, 황 수석은 “농담”이라며 주워 담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기조를 감안하면 이를 “농담”으로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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