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보상” 외친 ELS 가입자들…영업점 진입 놓고 소동도
항의 차원 영업점 진입 ‘뱅크런’ 벌여…언쟁과 고성 오가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모임이 세 번째 규탄 집회를 열고 원금 전액 배상을 거듭 촉구했다. 이날 피해자들이 항의 차원에서 영업점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은행 측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한 패거리…사퇴하고 책임져라"
15일 오후 12시 네이버 카페 '홍콩 ELS 관련 피해자 모임'을 중심으로 결집한 가입자들은 서울 중구 농협은행 본점 앞에서 '대국민 금융 사기 규탄 집회'를 열고 시중은행의 ELS 불완전판매를 규탄했다.
집회 개의를 선언한 김태규 피해자모임 대외협력위원장은 "지난 11일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됐지만, 금융카르텔과 위용을 과시하던 시중은행 경영진들은 공식적 사과 한마디 없다"며 "아마도 (은행은) 금융당국과의 비즈니스가 만족스러운 것 같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사기은행 경영진은 원금을 전액 배상하라,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한 패거리다. 사퇴하고 책임져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에선 가입자뿐만 아니라 고령층 가입자를 대신해 발언대에 선 가족들도 있었다. 60대 어머니를 포함해 가족이 총 10억여원의 ELS를 가입했다는 A씨는 상품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었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A씨는 "은행 담당자에게 정기예금 상품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예금)이자가 낮다는 이유로 ELS를 추천했다"며 "위험성에 대한 고지 없이 투자 성향 분석표, 계약서 등을 담당자가 체크하고 이름과 사인만 적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자기 책임 원칙을 따지는데 은행은 책임을 따지지 않느냐"며 "이 상품의 본질을 이해시켜줬다면 이런 식으로 가입할 내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이 발표된 후 처음 열린 이번 집회에선 배상비율과 관련된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11일 발표된 분쟁조정안에 따르면 배상 비율은 판매사 요인(최대 50%)과 투자자 요인(± 45%포인트) 등을 고려해 0~100%까지 차등적으로 이루어진다.
길성주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들은 이미 수차례 금융당국과 언론에 자본시장법, 금융소비자법, 지침 등 불법 판매 근거를 제시하며 불완전판매 행태를 성토했다"며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배상안을 마련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김 위원장도 "금감원의 배상안은 엉뚱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며 "차감 요인과 가산 요인을 보면 피해자를 게임 캐릭터로 여기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단체로 예금인출·계좌해지도 진행…막는 은행과 소란도
이날 모인 피해자 가운데 농협은행 ELS 가입자 수십명은 농협은행 본점 안으로 들어가 일괄적으로 항의성 예금인출과 계좌해지를 하는 '뱅크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들과 경찰, 농협은행 측 보안요원이 뒤엉키며 한바탕 소동도 벌어졌다.
당초 피해자 모임은 안전상 문제로 경찰 측과 15명씩 차례로 농협은행 본점에 들어가 계좌해지 등을 뱅크런을 진행키로 협의했다. 농협은행도 해당 협의 내용을 토대로 영업점 출입에 협조했다. 그러나 "고객이 맡긴 돈을 찾겠다는데 왜 막느냐"며 추가 입장을 원하는 가입자들이 발생했고 이를 제지하던 중 언쟁과 고성이 오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미 15명씩 입장을 시켰고, 영업점에 30명 이상의 고객이 있던 상황에서 추가로 진입하려는 가입자들의 안전 관리를 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이후 피해자 모임의 요청을 받아들여 50여 명을 추가로 입장시켰다"고 설명했다.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사전 협의 내용과 달리 보안요원들이 가입자들의 입장을 막기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온 피해자 모임은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주요 판매은행 본점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오는 18일 이복현 금감원장과 주요 은행장들이 만나는 은행연합회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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