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창업주 손녀 반대에도 회장직 신설 안건 95%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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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진 체제를 유지해온 국내 1위 제약업체 유한양행에 회장직이 28년 만에 부활합니다.
오늘(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과 부회장직을 신설하는 안건이 95%의 찬성률로 통과됐습니다.
유한양행은 1962년 창립 이후 단 두 명의 회장만 있었습니다.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와 그 측근인 연만희 고문입니다. 연 고문이 1996년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돼 왔습니다.
앞서 주총 안건에 ‘회장직 신설’이 포함되자 ‘기업은 사회와 직원의 것’이라는 유일한 박사의 신념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본사 앞에서는 오늘도 정관 변경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익명 트럭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오늘 주주총회에서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한데 유명한 분을 모시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려면 인재 영입을 위해 회장, 부회장 같은 직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
주주들 사이에서 "(회장 신설은) '옥상옥'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능력 있는 사람을 회장으로 선임해달라"는 당부도 이어졌습니다.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는 주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의 정신”이라며 “모든 것에 대한 평가는 진정성(integrity)과 좋은 거버넌스인지 여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회적으로 회장직 신설에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회장직 신설은 가결됐습니다.
유 이사는 주총 직후 '투표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짓기도 했습니다.
한편, 직제가 마련되면 회장직에 오를 인물로 거론됐던 이정희 의장은 "저는 (회장) 안 하겠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한 뒤 주총장을 떠났습니다. 이 의장은 2015년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6년간 회사를 이끈 뒤 지금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지혜 기자 sophia@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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