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 ‘출금’이 “수사권 남용”이라는 국가안보실장의 후안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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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4일 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이종섭 주 호주대사에 대한 출국금지가 "수사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이 대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장기간 조사를 미룬 채 출금 상태로 묶어두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장 실장은 또 "(이 대사를 입건한 뒤) 6~7개월 조사를 안 한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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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4일 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이종섭 주 호주대사에 대한 출국금지가 “수사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이 대사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장기간 조사를 미룬 채 출금 상태로 묶어두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그러나 장 실장의 이런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호도할 우려가 크다.
출금은 범죄 피의자의 해외 도피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테라’ 사건의 권도형처럼 피의자가 일단 출국하면 신병 확보는 난제가 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수처뿐 아니라 검찰, 경찰에서도 출금은 다반사로 이뤄진다. ‘1개월 이내’가 기본이지만, 해당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마칠 때까지 연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검찰 출금 이후 소환까지 8개월 정도가 걸렸다. 공수처의 이 대사 출금은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공수처가 출금을 길게 연장해서 적용했다”는 장 실장의 말은 어느 모로 보나 억지에 불과하다. 대체 무엇이 공수처의 권한 남용이란 말인가.
장 실장은 또 “(이 대사를 입건한 뒤) 6~7개월 조사를 안 한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는 말도 했다. 수사의 기본을 무시하거나 고의로 왜곡하는 발언이다. 채 상병 사건은 공수처가 이 대사를 부르기 전에 해병대와 검찰단 등에 조사해야 할 대상과 인원이 많다.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부터 조사하면 변명 이외에 어떤 진술을 하겠나. 대충 해명만 듣고 면죄부를 주란 말인가. 더욱이 공수처에는 이 사건 말고도 수사 중인 사안이 많다. 신설된 지 몇년 안 된 공수처는 가뜩이나 수사 경험과 인력이 불충분한데, 수장마저 공백 상태다. 이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수사 중인 공수처를 향해 안보실장이 ‘왜 수사 빨리 안 하냐’고 대놓고 다그치는 건 부당한 압박 아닌가. 수사 절차와 기간 역시 독립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 안보실장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이 대사를 둘러싼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초했다. 수사 대상인 피의자를 대사로 내보내는 무리한 인사만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나. 사건 구조상 이 대사에서 한 칸 올라가면 윤 대통령이다. 그러니 범인 도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닌가. 여론이 악화하자 “언제든 (공수처가) 부르면 이 대사는 자진 귀국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하는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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