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재 거부된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 정부 위기관리 시험대 섰다

2024. 3.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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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경상대 의대 등은 이미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의견 수렴 중인 나머지 의대에서도 대다수 교수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교수들은 곧바로 병원을 떠나지는 않지만, 전공의·의대생이 면허정지·유급 사태로 피해볼 땐 언제든 사직서 제출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예고했다. 그 첫 고비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에 ‘해법 제출 시한’으로 요구한 오는 18일이 될 공산이 커졌다.

교수들은 전공의가 지난달 19일 병원을 떠난 후 외래진료·수술·야간 당직을 도맡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마저 현장을 떠나면 응급·중환자 치료 체계가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 환자들은 이미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나 의대생은 보호해야 하고, 환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는 배신감도 토로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교수들은 끝까지 환자들의 손을 놓지 말고 마지막 비상의료체계를 지켜야 한다.

정부도 중재를 시도하던 의대 교수들마저 왜 사직 결의라는 초강수로 선회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전공의 이탈·공백은 길어지고 수천명의 의대생 유급 사태가 눈 앞에 닥쳤지만, 의·정 대화 문은 닫혀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은 논외로 하고, 그 배정 작업도 이달 내 마무리하겠다고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와중에 필수·지역 의료체계를 촘촘히 만들어 나가야 할 의·정 협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신뢰가 깨진 치킨게임은 출구도 승자도 없고, 의료 파국을 부를 뿐이다.

의·정은 지금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전공의를 대신해 공중보건의·군의관이 투입되면서, 의료 공백 사태는 의료 취약지역 보건지소들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의 의료·경영 체계도 하루가 다르게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상진료체계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전공의와 의사들도 그들이 버티는 무기가 환자들의 생명권과 인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의사계 반발·의료 공백 대응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49%)는 부정 평가가 ‘잘하고 있다’(38%)는 답보다 높았다. ‘2000명 증원 원안’(47%)을 지지하는 의견과 ‘규모·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원하는 응답률(41%)도 엇비슷해졌다. 이 숫자는 의료 공백 불안감과 피로감이 커진 시민들이 정부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과 출구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지켜야 할 것과 타협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한 후 의료계와 열린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15일 오후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앞에서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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