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빅5병원 적자 늪…서울대 마통 1000억으로
병동 통폐합 등 비상경영
간호사·행정직원 무급휴가
의대정원 배정위 첫 회의
지방 국립대 2배 증원 가닥
14일에만 의대생 771명 휴학
◆ 의사 파업 ◆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늘어날 의대 정원의 배분 작업에 착수하면서 증원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반면 19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 사직을 논의하는 등 반발 수위 또한 거세지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일부 병원에서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의대 정원 배분을 맡을 심사위원회가 15일 첫 회의를 열면서 본격적인 가동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배정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속도감 있게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대학별 배정 인원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보다 지방을 우선하고, 거점 국립대 위주로 먼저 증원한다는 원칙이 정해졌다. 증원의 80%인 1600명을 지방에 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각 지방 거점 국립대 정원은 현재 100여 명 선에서 2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강원대·충북대·충남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북대·전남대·제주대 등 9개 국립대가 최우선·최다 증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은 "지역 완결적 의료 전달 체계를 갖추기 위해 비수도권에 대한 집중 배정이 필요하다"며 "소규모 대학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의 참가 위원들과 회의 시간 및 장소,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오늘 배정위 개최는 사실이고 그 외 내용은 비공개"라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논의와 신상정보가 알려지면 의료계 공격에 노출될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인 대형병원은 하루 최대 10억원 이상, 중간 규모 병원도 7억원 정도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의료에 많은 투자를 하는 서울대병원은 최근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이번 사태로 예년보다 하루 매출이 1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배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적자가 났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경영이 어려워져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병원들은 정부에도 손을 벌려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 병원들로부터 정부가 사립대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사업 예산을 좀 더 늘려 달라는 건의가 최근 들어왔다"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부속병원 시설 신·증축, 개·보수, 의료 기자재 확충 등을 위해 600억원 규모의 융자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여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당장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병원은 직원 무급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원 병동을 통폐합하는 등 경영난에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제주대병원 등 전국 곳곳의 병원들이 의사 직군을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의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곳이 사실상 무급휴직을 강제해 간호사 등이 반발하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전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제주대병원 등 병동 통폐합에 나서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한편 의대생들은 유급 위기에도 휴학을 이어가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인 14일에만 8개교에서 771명이 집단 휴학을 신청하며 지난 20일가량 중 가장 많은 인원수를 기록했다. 휴학 신청을 철회한 학생은 고작 2개교 4명에 그치며, 휴학 신청자 수는 총 6822명(재학생 33.6%)이 됐다.
[이용익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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