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에 수백개 스테인드글라스 꽂아...시대와 소통하고 싶어”
“작품 하나 만드는데 두달 걸려
유리에 손베이기도 수차례
그래도 손맛 희열감이 최고”
이 도자기를 손으로 빚고 굽고 색칠하고 유리를 끼어넣는 지난한 작업을 하고 있는 이가 도예가 이승화(32)다. 2019년 그룹전을 시작으로 전업작가로 분투하기 시작한 지 6년차로 접어들었다. 동서양을 각각 상징하는 도자기와 스테인드글라스의 만남이 색다르면서도 의미심장하다.
“가톨릭 신자여서 성당에서 결혼도 했는데 스테인드글라스의 영롱한 느낌이 좋았어요. 천상세계로 연결하는 창문의 의미가 뜻깊게 다가왔지요. 그러다 석사 때 능화창(도자기 외양에 그려진 창 문양)이라는 자료를 찾았는데 항아리가 보통 쓰임이 있지만 능화창은 기능보다는 창 모양 안에 자연의 이미지를 가지고 온 것이 재미있었어요.”
이 둘은 모두 오랜 공예품이라는 공통점도 안고 있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도자기는 전통적인 느낌이 강한데 비해 스테인드글라스는 여전히 현대적이고 건축적이죠. 전통과 전통을 결합해 새로운 전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서울과기대 도예과 학사와 석사를 밟은 뒤 단국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작업 틈틈이 논문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년 전 석사 논문 주제가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용한 도자표현 연구-능화창을 중심으로’다.
“석·박사 과정을 통해 작가관을 더 다지게 됐어요. 도자기 전공이지만 다른 재료를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이를테면 탈(脫)장르라 할까요.”
유리 조각을 통해 백자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또다른 매력이다.
“보통 도자기 표면 장식이나 외형을 보고 예쁘다고 하죠. 전 항아리의 내부가 궁금했어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부까지 들여다보면서 더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엔 백자 구멍에 유리 대신 한지로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백자 표면에 접합시키는 과정을 특허로도 등록했다. 층고가 높은 작업실엔 물레와 전기가마, 스테인드글라스 등 재료와 장비가 가득하다. 작품값은 점당 수백만원대로 백자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을수록 비싸다. 그만큼 채워넣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작업 과정은 열단계가 넘는다. 물레로 항아리 모양을 빚고, 이를 건조시킨 다음 조각칼로 구멍을 뚫는다. 투각 요법이다. 사포로 갈아내고 전기가마에 온도를 800도로 맞추고 초벌을 한다. 그 다음 매끈하게 사포로 문지르고 유약을 입한 다음 재벌을 한다. 이때는 가마 온도를 1250도로 올린다. 그 뒤 식은 백자를 꺼내 구멍마다 동테이프를 붙이고 틈에 맞게 스테인드글라스를 잘게 잘라서 글라인더로 도려낸다음 일일이 붙인다. 이를 무연납으로 납땜해 고정시키고 광내는 작업까지 끝나야 작품 하나가 완성된다.
“저 스스로 젊은 때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유리에 자주 손을 베이기도 하지요.”
차분하고 섬세하고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기에 가능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미술계 반응은 고무적이다. 발상이 참신하고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아직 해외 무대는 진출하지 않았는데 외국인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기대됩니다. 서양인에게 스테인드글라스는 우리보다 익숙한 재료라서요.”
입시미술 때는 그림을 그렸지만 손으로 흙을 만지고 나서야 희열감이 더 크다는 것을 체득했다.
“흙으로 창조하는 과정에서 내 몸이 직접 개입하다보니 성취감이 말할 수 없이 커요. 반대로 좌절감도 크지만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도자기로 이런것도 할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다”며 “도예 분야를 새롭게 알린 작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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