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 황상무, 5·18 북한 개입설 암시까지…망언 점입가경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사건’ 발언에 대해 당시 피해자인 고 오홍근 기자의 유족은 “천인공노할 사건을 대통령실 수석이 특정 언론사를 공개적으로 협박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시민단체와 야당은 일제히 “황 수석 경질”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고 오홍근 기자의 동생 오형근(75)씨는 15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형님이 당한 사건은 군사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정보사 군인들이 언론인을 상대로 저지른 테러였다”며 “언론인이라면 모두가 공분할 수밖에 없는 그 사건을 시민사회수석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엠비시(MBC) 들으라며 공개 협박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회의 끝에 변호사와 협의를 거쳐 고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황 수석은 전날 일부 출입기자와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문화방송 기자를 콕 집어 “엠비시는 잘 들어”라며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문화방송은 ‘뉴스데스크’에서 황 수석이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노태우 정권 초기인 1988년 ‘중앙경제’ 사회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오 기자가 ‘월간중앙’ 8월호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비롯됐다.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오 기자의 군 비판에 앙심을 품은 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군인 4명이었다.
오씨는 당시 사건과 관련해 “지금도 전혀 잊히지 않는다. 재작년 대통령 선거일에 형님이 돌아가셨는데 죽는 날까지 그때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그 심경을 ‘한으로, 불꽃으로 살았다’는 문장으로 써서 묘비에 새겨달라고 해 비문으로 남겼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90개 언론·시민단체가 참여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는 전용기 탑승 불허, 소송, 세무조사,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잇단 중징계로 엠비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황 수석의 ‘회칼 테러’ 언급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야당의 비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농담으로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며 “당장 황 수석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파장이 커지자 여당은 진화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광역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수석)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는 전혀 알지 못하지만, 내용을 보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황 수석의 이번 발언은 현 정부의 언론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권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를 지속해서 압박하고, 언론의 검증 보도를 ‘정권 공격’으로 폄하해왔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언론 자유를 통제하겠다는 구시대적 사고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적대적인 언론 인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한편, 황 수석은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에 4~5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문화방송은 보도했다. ‘북한군 개입’을 암시한 것으로 “다만 증거가 없으면 주장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에 대해 “지긋지긋한 5·18 배후설”이라며 “대통령께서 극우 성향 유튜브를 즐겨 본다고 유튜브 진행자가 주장하더니, 그걸 따라 정부 인사 모두 극우 유튜브의 개똥철학을 국정 기조로 삼는 것인가” 하고 비판했다.
최성진 박강수 배지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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