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도 손절 … 네타냐후 끈 떨어지나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4. 3. 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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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1인자 슈머 작심 비판
"중동평화 장애물 물러나야"
가자지구 잇단 인명 피해 속
아랍 표심 이탈 심상치않자
親이스라엘 기조 변화 시사
네타냐후 "간섭 말라" 반발
공화당도 "주권 침해" 비난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14일(현지시간) 상원 회의 직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새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유대계 미국인이자 미 상원 1인자인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중동 평화의 장애물"이라는 작심 발언을 했다. 네타냐후가 퇴진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폭탄 발언도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슈머 원내대표 개인의 불신과 손절을 넘어 미 의회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그의 정치적 생존을 이스라엘을 위한 최선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면서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을 너무 많이 용인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 지지도가 역사적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이스라엘이 세계에서 버림받아 외톨이가 되면서 성공하기를 바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이스라엘 총리 선출와 내각 교체를 위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미래 비전을 보여줄 기회라는 제언을 덧붙였다.

미국 내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 중 한 명인 슈머 원내대표마저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으며, 가자지구 공격 전략에 과감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뜻도 들어 있다. 이는 또한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조건부로 진행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초기에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친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을 펼쳤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자지구 내 민간인 인명 피해를 방관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구호품을 기다리던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망 사고까지 속출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2개 지역에서 푸드트럭을 기다리던 주민들을 공격해 최소 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발표했고, 이스라엘군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아랍계 미국인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승패를 좌우하는 경합주에 거주하는 아랍계 미국인들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대거 이탈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시간주 경선에서 10만명이 넘는 민주당 유권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지지 후보 없음'을 적어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경합주인 미시간주 새기노카운티를 찾아가 노조·흑인·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그는 미시간에 이어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하면서 과거 민주당 성향의 '블루 장벽' 재건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분명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친다"고 지적하면서 가자지구 국경에 있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3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이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도 완성해 공유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평화·안보·안정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모세스 팜 등 이스라엘 단체 2곳과 개인을 추가로 제재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예루살렘 인근 군 정보부대를 방문해 "우리가 라파로 들어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을 막으려는 국제적 압박이 있지만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라파로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공화당은 이날 슈머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 주권 침해"라고 맹비난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슈머 원내대표의 이스라엘 새 선거 요구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고, 미국 지도자가 분열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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