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리면 법인세 공제···'관제춘투' 비난에도 밀어붙인 정부
<상> 33년만에 최대폭 임금인상
'페널티 대신 당근' 긍정적 평가
농지규제 풀어 해외기업 유치 등
투자환경 조성·지역경제 활성화
TSMC 공장 주변 '반도체 밸리'
파급 효과 10년간 20조엔 전망 상>
일본 디플레이션 탈출의 마지막 핵심 퍼즐로 꼽히던 ‘임금 인상’이 순항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당초 4월에 무게가 실렸던 해제 시점이 3월로 앞당겨질 만큼 물가·임금 등 일본은행(BOJ)이 판단 기준으로 삼는 거시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변경이 임박한 가운데 일본 경제가 ‘정상화의 출발선’에 들어섰다는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 3월로 당겨지나=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 50명을 대상으로 5~11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기로 3월을 꼽은 응답자는 38%, 4월은 54%였다. 1월 같은 질문에서는 각각 8%, 59%로 집계됐던 만큼 이달 들어 3월을 꼽은 응답이 크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변화는 일본은행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임금 인상 촉구에 더해 산업계 전반의 임금 인상 분위기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나카가와 준코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최근 한 강연에서 “2% 물가 목표 실현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매년 임금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타 하지메 심의위원도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을 위한 “출구 대응(기어 전환)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결정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춘투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안이 잇따라 발표되며 3월 해제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비난 무릅쓰며 임금인상 독려=1990년대 버블 붕괴로 일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일본의 임금 수준은 1997년 정점을 찍고 이후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임금 현실화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14년부터 봄철 노사 임금협상(춘투) 시기에 맞춰 기업에 임금 인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관제(官製) 춘투’의 시작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요청 사항인 동시에 분위기 조성 차원일 뿐 강제 조치는 아니었다.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서 ‘임금을 올리지 않는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대신 ‘올리는 기업’에 당근을 주는 지원책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임금 인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은 기시다 정권은 ‘임금 인상 촉진 세제’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 임금을 올린 기업에 법인세를 우대해주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기준 3~7% 인상 시 10~25% 법인세를 공제해준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비판도 쏟아졌다. 최근에는 닛산자동차·코스트코 등 대기업에 대한 하청법 위반 조사가 이뤄지고 공공사업의 노무 단가와 운송업 표준 운임이 잇따라 인상돼 ‘정권 유지를 위한 노골적인 개입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정권은 “2024년 춘투가 일본 경제를 좌우한다”며 “환경 정비를 위한 민관 제휴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규제 혁파로 외자 유치에도 앞장=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임금 인상 공감대 확산’과 함께 집중한 부분은 ‘투자 환경 조성’이다. 세제 혜택과 농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해외 기업을 유치해 유망 산업 거점을 구축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규슈에 들어선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이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업체인 TSMC는 최근 규슈 구마모토현에 제1공장을 열었다. 일본 정부는 제1공장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최대 4760억 엔(약 4조 2000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TSMC는 올해 안에 구마모토현에 제2공장 건설에도 들어갈 방침이다. TSMC 유치로 연관 기업들이 몰리면서 규슈 지역에는 거대 반도체 밸리가 형성됐다. 일본 규슈경제조사협회는 TSMC 반도체 공장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10년간 20조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 일자리 증가와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확대될 경우 자연스럽게 임금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대론 안 된다’ 기업도 변화 물결 합류=경제주체인 기업들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일본 경제지표 호조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 실적이다. 금융 정보 업체 퀵은 일본 243개 상장사(금융 제외)의 올 연결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1% 증가한 49조 9740억 엔으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로 수출주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개별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과 사업 효율화(히타치), 해외시장 투자(젠쇼홀딩스) 등이 빛을 보기 시작했고 이에 호실적 및 외국인투자가(주식) 유입 등의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관건은 지속성이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경제 회복’이 아닌 ‘정상화에 들어선 신호’라는 신중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혁신을 창출하는 힘이 약한데 이는 임금을 포함한 인적 자본 투자를 억제해왔기 때문”이라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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