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후: 50대 기업 무형자산 투자 10% 줄었다 [視리즈]
尹 정부 법인세 인하 효과 분석➌
시총 50대 기업 무형자산 변화
2022년 3분기 vs 2023년 3분기
사내유보금 57조5101억원 늘 때
7706억원 줄어든 무형자산 투자금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법인세 인하
# 우리는 더스쿠프 통권 587호에서 시총 50대 기업의 '법인세 인하 후'의 상황을 분석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당기순이익 41.1% 줄었지만, 사내유보금은 8.4% 더 쌓았다." 윤석열 정부가 기대했던 '법인세율 인하 효과'와는 거리가 먼 결과다.
#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사내유보금으로 기업의 투자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번엔 무형자산 투자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다.
2022년 12월 23일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2%포인트 인하를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막혔고, 여야의 치열한 논의 끝에 2023년부터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지난해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기업이 법인세 인하분만큼의 돈을 투자와 고용에 썼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더스쿠프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사내유보금의 변화(2022년 3분기와 2023년 3분기 비교)를 분석한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은 당기순이익이 2022년 3분기 119조254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70조1237억원으로 41.1% 쪼그라든 와중에도 사내유보금을 57조5101억원(679조1840억원→736조6941억원) 더 쌓았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로 기대했던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거다.[※참고: 당기순이익 41.1% 줄었지만 사내유보금 8.4% 더 쌓았다·더스쿠프 통권 587호.]
혹자는 여기에 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사내유보금은 재무제표상의 수치에 불과할 뿐 실제로 기업이 금고에 쟁여둔 현금이 아닌 데다 기계설비나 부동산 등 이미 투자한 금액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의 증감으로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 법인세 인하 효과를 한번 더 분석했다. 이번에는 무형자산 취득 금액을 통해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살펴봤다. 무형자산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특허권·지식재산권(IP)과 같은 무형자산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유형 자산에는 토지·사옥 등 실질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먼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분석 대상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2월 16일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으로 삼았다. 비교 시점도 2022년 3분기와 2023년 3분기로 똑같이 잡았다.[※참고: 무형자산은 상표권·기술력·영업권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그렇다면 법인세 인하 후 50대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 금액은 증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50대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무형자산 취득 금액은 2022년 3분기 7조3928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6조6221억6000만원으로 10.4%(7706억9000만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내유보금이 679조1840억원에서 736조6941억원으로 57조5101억원(8.4%) 늘어났다는 걸 감안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의미가 된다.
무형자산 투자금이 증가한 기업은 50개 기업 중 절반인 25개였다. 25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2022년 3분기 2조1830억원에서 2023년 3분기 2조9856억원 36.7%(8026억원) 늘어났다. 반대로 투자 규모가 줄어든 25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같은 기간 5조2098억원에서 3조6365억6000만원으로 30.1%(1조5732억4000만원) 감소했다.[※참고: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이후 기사에선 '기간'을 생략했다.]
우선 무형자산 투자금이 늘어난 기업(금액 기준)부터 살펴보자. 무형자산 투자금이 1000억원 이상 늘어난 곳 중 1위에 이름을 올린 곳은 현대차였다. 이 회사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7685억원에서 9622억원으로 1937억원 증가했다. 2위는 1647억원(3547억원→ 5194억원·25.2%)이 늘어난 LG전자가 차지했다.
3위는 KB금융그룹(1294억원)이었다. 흥미로운 건 4위를 차지한 기아의 무형자산 투자금도 1237억원(4128억원→5365억원) 증가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인 전기차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2022년 전기차 공장 증설·연구개발·인프라 확충 등에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무형자산 투자금이 줄어든 기업을 보자. 국내 증시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2조8856억원에서 2조403억원으로 8453억원 감소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의 무형투자 투자금도 1290억원(4655억원→3365억원)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 침체가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무형자산 투자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기업 3위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차지했다. 이 회사의 무형자산 투자금은 2588억원에서 824억원으로 1734억원 감소했다.
뒤를 이어 신한지주(939억원·4452억원→3513억원), 하나금융지주(761억원·2247억원→1486억원), KT(670억원·3767억원→3097억원)가 무형자산 투자금이 가장 많이 줄어든 회사에 이름을 올렸다.
무형자산 투자금 감소율 기준으론 69.7% (95억원→29억원) 줄어든 포스코홀딩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67.7%), 카카오(-67.6%), 에코프로비엠(-66.6%), 삼성SDS(-65.9%), 에코프로(-63.6%), 메리츠금융그룹(-60.9%) 등 6개 기업의 무형자산 투자금이 2022년 대비 60% 이상 줄었다.
이처럼 무형자산 투자 규모로 살펴봐도 법인세 인하 효과는 미미했다. 1년간 성적표로 법인세 인하 효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과연 다음 1년은 달라질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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