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1000억원 마통’ 뚫었다… “인건비 싼 전공의 의존한 탓” 비판도
무급휴가·병동 통폐합 등 고육책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며 경영난이 심해진 ‘빅5’ 병원들이 하루에 수십억원씩 적자가 생기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등 급히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적자가 심해지자 1000억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고, 부산대병원도 최대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의료원은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대형병원 중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한 곳은 연세의료원이 처음이다.
부산대병원도 500억∼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다음주 중 만들기로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하루 5억∼6억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했고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액은 100억∼15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공의의 87%가 사직한 부산대병원은 지난 8일부터 비상경영체제 3단계 중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은 이날 의료원 내부에 ‘경영 유지를 위한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서신을 통해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산하 병원들의 진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부득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 원장은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며 사전에 승인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기와 규모 등을 한 번 더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기 시작한 때가 2월 중순임을 감안하면 이번달에는 손해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병원들은 정부에도 손을 벌려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 병원들로부터 정부가 사립대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사업 예산을 좀 더 늘려달라는 건의가 최근 들어왔다”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부속병원 시설 신·증축, 개·보수, 의료 기자재 확충 등을 위해 600억원 규모의 융자사업을 금리 연 2.67%에 하고 있다. 지난 1월 시중 은행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연 5.22%임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여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당장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건비가 싼 전공의에게 의존하면서 병원 확장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인건비가 저렴한 전공의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분원을 추진하는 등 외형 확대에만 골몰해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는 비판이다.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공의인 인턴과 레지던트의 연봉은 각각 6882만원, 7280만원으로, 전문의(2억3690만원)의 3분의 1도 안 된다.
수도권에만 세브란스병원(인천 송도), 고려대병원(경기 남양주·과천), 아주대병원(경기 파주·평택) 등 9개 병원이 2026∼2027년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공의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빅5’ 한 병원 관계자는 “전문의를 많이 고용하지 못하는 건 낮은 수가 때문”이라며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인데, 어떻게 전문의를 고용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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