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1000억원 마통’ 뚫었다… “인건비 싼 전공의 의존한 탓” 비판도

박유빈 2024. 3. 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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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들, 하루 수십억씩 손해
무급휴가·병동 통폐합 등 고육책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며 경영난이 심해진 ‘빅5’ 병원들이 하루에 수십억원씩 적자가 생기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등 급히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적자가 심해지자 1000억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고, 부산대병원도 최대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의료원은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대형병원 중 비상경영체제를 공식화한 곳은 연세의료원이 처음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로비를 지나고 있다. 뉴스1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들은 규모에 따라 큰 곳은 지난해 매출에 비해 하루에 10억원 이상, 중간 규모 병원은 7억원가량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병원은 공공의료에 많이 투자해 원래도 적자였는데 이번 전공의 의료공백 사태로 최근에는 예년보다 하루 10억원씩 매출이 줄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900억원 적자가 났는데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며 “장기화할 경우 경영이 정말 어려워지고,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부산대병원도 500억∼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다음주 중 만들기로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하루 5억∼6억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했고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액은 100억∼15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공의의 87%가 사직한 부산대병원은 지난 8일부터 비상경영체제 3단계 중 2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산하 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은 이날 의료원 내부에 ‘경영 유지를 위한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서신을 통해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산하 병원들의 진료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 외에도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부득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 원장은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며 사전에 승인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시기와 규모 등을 한 번 더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기 시작한 때가 2월 중순임을 감안하면 이번달에는 손해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병원들은 정부에도 손을 벌려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 병원들로부터 정부가 사립대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사업 예산을 좀 더 늘려달라는 건의가 최근 들어왔다”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부속병원 시설 신·증축, 개·보수, 의료 기자재 확충 등을 위해 600억원 규모의 융자사업을 금리 연 2.67%에 하고 있다. 지난 1월 시중 은행 기업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연 5.22%임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여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당장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세탁된 가운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들은 당장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원 무급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원 병동을 통폐합하는 등 임시방편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남아있는 인력으로 환자를 관리하고자 병동을 조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도 이미 암 단기병동(항암치료 등을 위해 단기 입원하는 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 운영한다.

일각에서는 인건비가 싼 전공의에게 의존하면서 병원 확장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인건비가 저렴한 전공의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면서 분원을 추진하는 등 외형 확대에만 골몰해 재무구조가 취약해졌다는 비판이다.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공의인 인턴과 레지던트의 연봉은 각각 6882만원, 7280만원으로, 전문의(2억3690만원)의 3분의 1도 안 된다.

수도권에만 세브란스병원(인천 송도), 고려대병원(경기 남양주·과천), 아주대병원(경기 파주·평택) 등 9개 병원이 2026∼2027년 11개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공의에 의존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빅5’ 한 병원 관계자는 “전문의를 많이 고용하지 못하는 건 낮은 수가 때문”이라며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인데, 어떻게 전문의를 고용하느냐”고 반문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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