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전세보증금 54억 원 가로챈 일당 구속 기소

경기도 일대에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54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수원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정화)는 사기 혐의를 받는 30대 임대인 이 모 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오늘(15일) 밝혔습니다.

이들 일당은 경기도 하남·수원·화성 일대에서 무자본으로 오피스텔 42채를 사들이면서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임차인 38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4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며 돈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가 가능한 부동산을 물색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이 씨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매매계약을 하고 소유권 취득에 필요한 명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고, 공범인 A 씨는 계약금을 제공해 이 씨가 무자본으로 오피스텔을 매수할 수 있게 도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공범 B 씨는 매매 계약 일정을 확인하고, 현장에 동행해 계약이 차질 없이 이뤄지게 하는 등 각자 역할을 나눈 뒤 보증금 일부를 범행 수익으로 분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 일당은 처음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이를 속이고 임차인들로부터 보증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차인들은 이 씨와 각각 8,000만 원에서 1억 8,000만 원 상당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만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씨로부터 피해를 본 임차인들의 사례를 파악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후 경기남부경찰청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를 이어왔습니다.

이 씨의 범행은 지난해 6월 KBS 단독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 이후 경찰은 추가 피해자와 공범을 확인하고 지난달 29일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수도권에 보유한 오피스텔이 120채가 넘는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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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