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소유 해외 의결권자문사가 주총 권력?"…편향성 논란 계속

주동일 기자 2024. 3. 1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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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주총 안건 쥐락펴락…'컨설팅 장사' 지적도 나와
사모펀드가 자문사 보유도…'태생적 한계'에 공정성 의문까지
ISS에 명줄 달린 기업들…"편향된 의결권 행사 권고에 혼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국내 주요 상장사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각 기업의 쟁점 안건과 관련해 '숨은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정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 글로벌 거대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에 따라 대형 패시브펀드 등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사실상 결정돼 이에 대한 견제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ISS는 현재 미국 사모펀드 젠스타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사냥꾼'으로 활약했던 사모펀드가 주인이어서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것 아니냐는 외부의 비판적 시각이 있다.

특히 경영진과 투자자 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객관적 권고안을 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결권 자문과 동시에 사모펀드 등과 컨설팅 계약을 맺어 의결권자문사가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ISS는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자문기관이다.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로 꼽히며, 기관 투자자의 대다수가 의결권 행사에 ISS의 자문 결과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반 의견이 주총 안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며 의결권 자문사의 힘은 커졌지만 그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독립적 기관이 아니기에 이해 상충 문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에겐 의결권 자문을, 사모펀드나 기업엔 컨설팅 자문을 통해 '장사'를 이어가는 기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초의 의결권 자문사 ISS는 지난 1985년 미국에서 로버트 몽크스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주주행동주의자로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행태를 적극 옹호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후 ISS는 기업사냥꾼으로 활약했던 퍼스트보스턴은행의 차입매수팀 출신들이 나와서 만든 베스타캐피털(Vestar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2017년엔 또 다른 사모펀드 젠스타캐피털(Genstar Capital)이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ISS의 태생적 한계에 따른 편향성의 문제가 지적받는 이유다.

ISS는 15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정책과 관련해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배당확대 주주제안에 찬성을 권고했다.

앞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지분 1.46%를 보유하고 있는 5개 헤지펀드는 삼성물산에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주당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제안했다.

이같은 배당 규모는 삼성물산이 제안한 안보다 3200억원 많은 7364억원에 이른다.

또 이날 ISS는 오는 28일 열리는 KT&G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대표이사의 사장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대표이사 후보를 반대하는 이례적 경우로 ISS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기관투자자가 아닌 의결권 자문회사가 기업지배구조를 좌지우지 하는 꼴"이라며 "방어하는 기업과 공격하는 헤지펀드가 동시에 ISS와 컨설팅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어 이해상충 문제도 발생해 과연 이들의 자료를 믿어도 될지는 의심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ISS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는 저서 '기업이란 무엇인가'에서 "전 세계에 행정직원까지 다 합쳐서 1100명의 직원을 갖고 있다는 ISS가 그 수많은 회사들의 수많은 안건들에 대해 그렇게 뛰어난 변별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할 수 없다"며 "기관 투자자의 투표 의무 수행을 합리화 해주는 '립서비스' 문서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능력뿐만 아니라 편향성의 문제도 갖고 있다. 조직이 만들어질 때부터 주주행동주의로 편향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행동주의적기관 투자자와 기업 경영진이 분쟁을 벌일 때 구체적인 사안이 무엇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ISS는 행동주의적 기관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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