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알려주는 법] 이혼한 줄 알고 유부녀와 관계한 경우, 위자료는 얼마나 줘야 할까?

간통죄는 2015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다. 그래서 배우자 있는 사람과 성관계를 하더라도 형사 처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상간 소송)을 부담할 수는 있다.

주상은 파트너 변호사/사진제공=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이태오(가명)는 몰랐다. 이태오(가명)는 여다경(가명)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알지만, 계속해서 눈길이 갔다. 헬스클럽에서 처음 만난 이후 커피도 한잔 마시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더 호감을 느꼈다.

이태오는 간통을 하면 형사처벌 되는 줄 알고 최대한 선을 지켜왔다. 여다경은 이태오에게 이혼을 했다고 하면서 평소에 호감이 있었다고 고백했고, 서로 사귀고 약 4개월 정도 만나다가 결국 헤어졌다.

그런데 이태오는 갑자기 여다경의 남편 손제혁(가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배우자가 있는 여자와 바람을 피울 수 있느냐면서 직장에도 찾아가고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한다. 이태오는 여다경이 이혼한 줄 알고 만난 것이지만, 일단 손제혁에게 미안하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한달 뒤 위자료로 1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장 부본을 받았다.

이태오는 불안하다. 직장에 알려져서 망신되는 것은 아닌지 형사처벌되는 것은 아닌지, 위자료는 얼마나 물어줘야 하는지 위자료 금액을 낮출 수는 없는지 고민이 많다.

이태오는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해야 할까? 대법원은 2005년 혼인관계가 부정행위 당시에 이미 파탄되어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부정행위가 있었어도 불법 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태오는 여다경과 사귀던 당시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을 입증하거나 혼인관계가 존속 중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

언제부터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상간녀와 기존 배우자 사이에 별거 상태에 있었는지, 상대방이 이혼 재산분할청구권을 기초로 가압류 신청을 하지는 않았는지 등 증거자료를 검토해서 부정행위 시점에 이미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점을 입증하여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상간 소송에서 초기에 관련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사와 상담을 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두어야 과다한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이태오도 초기에 적절히 대응해서 과다한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고 사건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글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주상은 파트너 변호사

허남이 기자 nyhe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