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결사의 자유 위반”에 정부 “정당성 설명할 것, 전공의 집단행동 연결 안돼”

강주리 2024. 3. 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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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진정 관련
ILO, 韓정부에 “노조권 침해”권고
정부 “명시적 협약 위반 언급 없어”
“원론적 권고로 정부 정당성 설명”
전공의 집단행동 영향엔 선 그어
고용차관 “국민 생존 위협시는 제외”
민주노총 “정부가 ILO 권고 폄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있다. 2022.11.24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 당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대해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에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협약 위반에 대한 언급이 없는 원론적 권고”며 정부 조치의 정당성을 ILO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 현장에서 이탈한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생존과 관련돼 있어 ILO도 예외사항으로 두고 있다며 별개라고

IL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50차 이사회를 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한 ‘ILO 결사의자유위원회(결사위)’의 권고안을 채택했다.

화물연대는 2022년 11월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정부는 29일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화물연대는 12월 9일 총파업을 종료했고 이후 업무개시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개시 등 정부 대응이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인 87호와 98호를 위반했다며 국제노동단체와 함께 진정을 냈었다.

ILO 결사위는 이날 웹사이트에 개시한 보고서에서 공공운수노조 등의 주장과 한국 정부의 답변 등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판단과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6일 전국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의왕 Icd 제2터미널 입구에서 하고 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지 13일째인 6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제2터미널 입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연대 의사를 밝히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12.6안주영 전문기자
철강·석유화학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분주한 국토부 -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에 정부가 8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같은 날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관계 공무원들이 업무개시명령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2.12.8 연합뉴스

결사위는 “(업무개시명령) 불응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위원회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파업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화물연대의 노조권을 침해했다(infringed)고 본다”고 밝혔다.

결사위의 권고는 총 5가지로, 우선 화물연대 구성원에게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안은 “화물기사와 같은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그들의 이익을 증진·방어할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리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는 또 파업 참가자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화물연대 조합원 정보를 절대적인 비밀로 보장할 것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당시 운송사업자 사이의 운송 방해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화물연대에 사업자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ILO는 화물연대 개별 조합원의 행동을 이유로 공공운수노조나 화물연대 등의 단체에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결사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조합원에게 운송업체들이 내리는 보복성 조치나 반노조 성향의 차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를 정부가 내려줄 것을 권고 사항에 포함했다.

정부, 주요 병원 이탈 전공의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발송 -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5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李고용 차관 “사실관계·정부 조치
정당성, ILO에 적극 설명할 것”
“화물연대, 공정위에 자료 주지도 않아”
“전공의 주장, ‘강제근로’ 예외 조항”
민노총 “노동권 탄압하겠다는 의지”

정부는 화물연대 진정에 대한 ILO의 판단과 권고에 대해 ILO 협약을 어겼다는 언급은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협약 위반에 대한 언급은 없고 법적 구속력과 직접적인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5일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권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사실관계 및 정부 조치의 정당성에 대해 ILO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ILO 권고가 최근 2000명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에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차관은 “전공의들이 ILO에 ‘인터벤션’(intervention)을 요청한 것은 (정식 제소가 아닌) 의견조회의 성격이 강하고 87조, 98조가 아닌 강제근로와 관련한 29조에 대한 것”이라면서 “29조는 국민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은 적용 제외 대상으로 하고 있고, ILO도 지금까지 비슷한 해석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도 언론에 “화물연대도 29호 협약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용해 파업을 파괴하고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면서 “전공의들의 경우 파업권 침해를 문제 삼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화물연대 사건에 대한 판단이 전공의에 적용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가운 들고 이동하는 의료진 -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가운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진행된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KBS 시사 프로그램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오늘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에서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며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중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24.3.3 연합뉴스

김형광 고용부 국제협력담당관은 “이번 ILO 결사위 권고문에는 협약 위반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ILO 권고안은 모든 근로자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원론적 권고를 내놓은 것이라는 취지다.

김은철 고용부 국제협력관은 “특수형태 고용종사자도 노조 설립 및 가입이 가능해지는 등 여러 차례의 법개정으로 결사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다”면서 “화물연대는 노조 설립 절차를 거치지 않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협력관은 “당시 명령 불이행만을 이유로 형사 기소를 한 사례는 없다”면서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를 화물연대가 제출하지 않아 비밀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측은 ILO 결사위가 진정을 제기한 공공운수노조 등의 제소 요지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렸다고 평가하며 정부가 진의를 왜곡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부가 ILO 결사위의 판단과 권고를 의도적으로 폄훼했다”면서 “정부가 가입한 국제기구의 위상을 훼손하고 위원회 권고의 진의를 왜곡하면서까지 노동 기본권을 탄압하겠다는 의지”라고 성토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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