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 공천 철회’ 다음날 호남 찾은 한동훈 “홀대받을 거 각오하고 왔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광주를 찾아 “저희가 호남에서 당선되는 건 국민의힘의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총선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과거 제기한 도태우 후보 공천을 철회한 데 대해 “저와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 항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로 존중하는지를 오히려 선명하게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전남 순천과 광주, 전북 전주 등 호남 지역을 돌았다. 한 위원장은 5·18의 상징인 광주 충장로에서 국민의힘이 16년 만에 호남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 사실을 강조하며 “호남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광주, 전남, 전북에서 각 1석씩을 획득하는 게 목표다. 한 위원장의 호남 방문은 지난 1월4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한 위원장은 “요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 때문에 저희 스태들은 광주와 호남은 피하는 게 어떤가 제안했다”며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도 후보 관련 논란을 간접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성격과 관련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려는 세력과 전진시키려는 세력을 선택하는 문제”라며 “조국, 이재명, 통진당 잔당 같은 세력을 반드시 막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저희가 광주와 호남에서 잘 하면 앉아서 정치하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을 더 자극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게 막혀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의 목적은 하나다. 광주시민의 명예를 지키고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민주당보다 잘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무얼했느냐”고 물었다.
한 위원장은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서는 “얼마 전에 이곳을 가족과 함께 한복을 빌려입고 걸었던 기억이 난다”며 “정말 멋진 곳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길인가”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런데 왜 이런 아름다운 전북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나. 정치적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한 위원장 주변에는 다수의 당원과 지지자들, 유튜버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이종섭 해외 빼돌리기 해병대 수사외압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간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솔직히 홀대 받을 것을 각오하고 왔다”며 “그런데 이렇게 많이 모여주셨고 박수쳐주고 계신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광주실감콘텐츠큐브 입주업체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도 후보가 그 정도 반성한다면 과거 특정 시기 잘못된 입장을 가졌더라도 우리 당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관위 판단은 그 이후 다른 사안에 대한 언급들도 나오면서 공천 유지가 어렵지 않은가 생각한 것 같고, 저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전날 도 후보가 과거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공천 철회의 주된 이유였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에 앞서 순천 웃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셀카’를 찍었다. “한동훈”을 외치며 환호하거나 사인을 요청한 시민들도 있었던 반면 “사람이 몰려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불만을 갖는 상인도 있었다. 한 위원장은 순천 시민 간담회 자리에서 오는 18일부터 농축산물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정부와 협의했다는 내용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전주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 개혁 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의원 정수 50명 축소와 관련해 “(의원 수를) 250명으로 줄이는 건 비례(대표)를 말하는 것”이라며 “누구누구는 감옥 가면 이어받겠다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국회 들어오겠다고 엄두도 못 낼 만 한 아주 극좌적 사람까지 들어오고 범법자도 들어오는 구조”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비례위성정당 연대와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를 비판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청년 정치인 육성을 위해 생활비 등을 보전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총선 이기고 나서 계속 당을 이끌면서 그 점을 굉장히 중시하려고 한다. 그러니 저를 살아남게 해달라”고 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광주 |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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