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하는 의대 교수 ‘집단 사직’… 불안에 떠는 환자들

김기환 2024. 3. 15. 16: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사직을 예고하면서도 우선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지금보다 더 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이 보행을 돕는 손잡이를 잡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들 ‘사직 결의’…전국 확산 조짐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의대 교수협에서 집단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건 서울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등 3곳이다. 모두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 “정부의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및 입원 중단을 포함한 진료 축소, 전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 사직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아주대 의대 교수들도 과반수 이상 사직서를 제출할 의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12~14일 전체 의대 교수 약 400명을 상대로 이뤄진 설문조사에 261명이 응했다.

그결과, 261명 가운데 96.6%가 단체 행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으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 물음에 77.8%가 그렇다고 답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교수연구동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대 의대 교수들은 전체 207명 가운데 155명이 자체 설문조사에서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설문에는 188명이 참여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각각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은 이번 주 안에 비대위를 출범해 다른 대학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과는 별개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대학별 상황을 공유하며 사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윤을식 대한수련병원협의회장은 “각 수련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전공의 수련을 위해 계속 노력해달라” 며 “무엇보다 현장의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집단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며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함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집단사직과 동맹휴학으로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 의대생들에 이어 이들의 '스승'인 의대 교수들도 15일 사직서 제출에 관한 결론을 내린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보호자들이 힘겨워 하는 모습. 뉴스1
◆환자들 극심한 불안 호소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교수들마저 집단행동 논의를 본격화하자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오는 22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갑상선 수술을 앞두고 있는 40대 남성은 “서울대병원과 다른 병원 교수님들까지 다 사직하면 어쩌냐”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건지 너무나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40대 여성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담당 교수님이 혹시나 사직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며 “전공의나 의대생은 보호해야 하고, 정작 환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주기적으로 심혈관 치료를 받고 있는 60대 남성은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게 되면 방법이 없으니까 작은 병원 가서 약이라도 어떻게 처방받는 수밖에 없다”며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상담 수는 68건으로, 이중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12건이다. 절반인 6건이 수술 지연 사례였다. 지난달 19일부터 누적한 총 상담수는 1367건이다.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504건이고 이 중 수술 지연이 348건, 진료 취소가 88건, 진료 거절이 45건 등이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