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집단사직 결의 '전운'…빅5 중 3곳 결심 굳혔다

강승지 기자 2024. 3. 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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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울산대 이어 가톨릭대 의대도 사직서 결의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오늘 24개 대학 참여 사직 결의 논의
1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과대학 교수들이 15일 집단 사직을 결의할 지 주목된다. 이날은 전국의 주요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자인 의대생 유급사태와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묵과할 수 없다며 집단사직을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에 이어 그 빈자리를 채우던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의료현장은 환자 단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앙' 수준의 혼란을 맞이할 수 있다. 이날 전국 의대 비대위 결의에 앞서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 3곳의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각 의대 교수협의회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사례는 울산대(7일 결정)와 서울대(11일) 그리고 가톨릭대(14일) 3곳이다. 아직 실행하지는 않았지만,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으로 피해를 보면 행동에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전날 오후 5시 30분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수련병원과 기초의학교실 교수 약 700명이 참여한 온라인 회의를 통해 자발적 사직에 합의했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진은 총 1500명이다. 교수협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교수들, 의료원 측과 추가 논의를 할 계획이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불합리하고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신규 환자 예약 중단, 외래 규모 축소,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중단 및 입원 중단을 포함한 점진적인 진료 축소, 전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인 사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대해 논의 중이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하고 성균관의대 교수협은 곧 비대위를 출범해 다른 대학과 협력한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각 비대위에 참여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날까지 마치기로 했다. 이날 오후 7시 온라인 회의를 통해 각 의대 비대위가 논의한 내용과 처한 상황을 공유할 계획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12일 출범 당시 19군데 의대가 참여했지만 이날 회의에 참여하는 의대는 24군데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방대승 위원장(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이 밝혔다. 이들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복귀해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과 별개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전의교협은 전날 긴급총회를 열었으나 집단사직 결의 등은 하지 않았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현 상황을 보고 사직하기로 한 인원, 앞으로 사직하려는 인원 정도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 전후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뒤 교수들은 일부 전임의들과 업무 공백을 메워왔다. 병원의 비상진료체계에 적극 협조하며 외래 진료와 수술, 야간 당직까지 도맡았다.

아주대 의대 비대위는 이날 "많은 교수가 야간 당직이나 응급실 근무 등으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면서 "교수들에게 외래진료를 어떻게 할지 논의했고 응답자(261명) 중 75.1%는 의견 표명과 함께 진료 과부하로 외래 진료 축소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아주대 의대 비대위는 교수 행동의 일환으로 현 의료붕괴 사태 해결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 물은 결과 77.8%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 54.7%의 응답자는 전공의 면허정지·의대생 유급 등이 발생한 시점에 작성하자고 했다고 한다.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전공의 사직으로 병원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라며 "교수들이 하루하루 버텨나가고 있으나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제자들 없이 대학병원은 존재할 수 없으며 미래 의료 역시 비가역적인 붕괴를 맞이할 것"이라며 "대학 교수로서 일할 자신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고 환자를 떠나겠다는 게 아니라 이번 '강대강' 대치를 해결하기 위한 메시지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비대위 교수는 "몇 명의 사직서를 모았다고 대학과 정부에 호소하는 일종의 시위"라고 토로했다.

이도상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은 뉴스1에 "사태 장기화로 대다수 수련병원의 진료는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사직 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환자를 두고 떠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시급한 문제는 전공의와 전임의 그리고 의학도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라면서 "최악의 조치를 취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거듭 촉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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