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마지막 보루 무너진다"…내과도 전공의 없어 '전전긍긍'

정심교 기자 2024. 3. 1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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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15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이날 오후 사직서 제출 여부에 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2024.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전국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대다수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가운데,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과에서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4년여 간은 전문의를 배출하지 못해 결국 씨가 마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잇따른다. 의대 졸업생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4~5년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기간을 거치는데, 이 과정의 '이탈 전공의' 상당수에게서 돌아올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내과계도 향후 4년간 전문의를 배출하지 못할 것에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철우(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대한내과학회장은 "전공의가 없는 병원은 멈출 수밖에 없다"며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 내과가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내과학회에 따르면 내과 전체 의사(약 6400명) 중 전공의의 비율은 28%(1800명)에 달한다. 이 학회는 "이 많은 의사가 한순간에 병원을 그만 둔다고 생각해보라"고 언급했다.

내과의 경우 전국 수련병원에서 매년 내과 전공의 600~650명을 선발하고, 3년간의 수련과정을 거쳐 내과의사를 양성한다. 하지만 올해 신입 전공의 649명 중 단 1명도 수련을 시작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공의 2·3년차 거의 대부분이 병원을 떠난 상태다. 내과학회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4년간 내과전문의가 배출되지 않게 돼, 내과는 말라죽고 필수의료는 황폐해질 것"이라며 "내과학회가 현 상황을 비통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이유"라고 규탄했다.

이들 내과 전공의는 심근경색 환자에게 심장중재술을, 갑자기 피를 토한 환자에게 응급내시경 치료를,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게 기계호흡을 유지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양철우 내과학회장은 "상황이 잘 정리돼도 필수의료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히 내과 전공의는 10%도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국 병원 전공의 수련책임자들이 하소연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의 마지막 보루인 내과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 희망의 촛불이 꺼져가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수의료과 중에서도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로 꼽히는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두 과가 함께 진료하는 '소아 심장' 영역의 전문의는 1년에 1~2명만 배출돼왔는데 이마저도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흉부외과와 소아과의 교집합 영역인 소아 심장 영역은 각 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가뜩이나 소아 심장 세부 전문의 지원자가 매우 적은데, 전공의들이 정부에 실망해 대거 이탈한 현 상황에서 소아 심장을 진료할 의사의 대(代)가 앞으로 수년간은 끊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아 심장 질환 대부분은 선천성 심장 기형이다. 소아 심장은 어른 심장과 달리 아이가 크면서 크기도 구조도 달라지는데, 이런 이유로 수술법도 어렵고 까다롭다. 또 수술 시 소아는 성인보다 혈액량이 적고, 몸무게 3㎏ 영아의 경우 심장 크기가 성인 엄지손가락 2개를 합친 것보다 작을 정도로 심장 크기가 작다. 소아 심장 전문의 지원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정부의 전공의 처벌 방침 등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을 예고한 15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서울대·연세대 등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은 이날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2024.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문제는 이번 전공의 대거 사직 물결에 흉부외과 레지던트 1~4년 차, 소아과 레지던트 1~3년 차(소아과는 레지던트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듦)들도 대거 휩쓸렸다는 것. 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흉부외과 전공의 4년 차를 졸업하는 인원이 매년 20~30명에 불과한데, 이 중에서 전임의(전문의 직전 단계)가 될 때 세부 전공을 정한다. 이때 소아 심장을 맡겠다고 지원하는 예비 전임의는 2~4명인데, 이마저도 최종 선택하는 인원은 1~2명 선이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흉부외과 의사 중에서도 돈 벌 생각보다 '이건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을 것'이란 사명감이 강해야 소아 심장 분야에 지원한다"며 "흉부외과 의사 사이에선 소아 심장을 맡겠다는 의사에게 '도인'이라고 칭할 정도"라고 말했다.

또 "이번에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면허정지 3개월 처분받으면 한 해 출석이 인정되지 않아 1년간 유급되는 셈"이라며 "이에 따라 흉부외과에서의 전공의 수련이 중지되면 향후 3~4년간은 소아 심장, 성인 심장을 포함한 흉부외과 전문의가 아예 배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 심장을 다룰 흉부외과·소아과 전문의를 3~4년간 배출하지 못할 수 있단 얘기다.

한편 흉부외과 전공의는 20여년째 정원에 미달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흉부외과 소속 전공의는 모두 합해 78명이며, 올해 흉부외과 전공의 희망 인원은 29명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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