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수석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에 비판 잇달아
현업·시민단체 “언론 탄압”···사퇴 요구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 언급에 대한 언론현업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황 수석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전국 90개 시민·언론·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칼 테러 운운하며 협박의 범죄를 저지른 황상무를 즉각 해임하라”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황 수석이 지난 14일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 점심식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88년 8월6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에게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회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군인들은 오 기자가 군사 문화에 대한 비판적 칼럼을 쓴 것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공영방송과 공적 규제기구는 대통령과 사적 인연으로 얽힌 끄나풀들이 장악하고, 모든 언론은 망나니 칼 부리듯 하는 방송심의로 때려잡고, 급기야 마음에 안 드는 언론과 언론인에게는 대통령의 비서가 테러 협박을 공공연히 일삼는 나라가 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수석의 언론인 테러 협박은 교과서에서나 보던 군사독재 시절의 국가폭력이 광범위하게 일상화된 한국 민주주의의 참담한 현실을 증명한다”고 했다.
황 수석의 발언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에 보내는 ‘경고’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언론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든 기자를 표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MBC 기자회도 성명을 내고 “황 수석의 발언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언론인 테러를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언론관이 경악스럽다”고 했다.
황 수석이 자신의 발언을 ‘농담’이라고 한 것을 두고도 지적이 이어졌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발언의 형식도, 그 내용도 뒤늦게 농담이라고 눙칠 성격이 결코 아니다”고 짚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황 수석은 언론인 출신으로서 양심이 있다면 고개 숙여 사과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시민사회수석으로서 자질은커녕 최소한의 언론관도 갖추지 못한 부적격자 황 수석을 즉각 파면하라”고 밝혔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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