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일한 아나운서에 ‘계약 종료’ 통보…법원, EBS에 “부당해고”
9년 동안 방송에 정기적으로 출연한 아나운서와의 계약을 종료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EBS 측은 A씨가 입사해 근무하던 도중 새로 작성한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점을 들어 A씨와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새 계약서를 쓰기 전 이미 무기계약직 신분이 되었다 판단하고, 계약기간의 종료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EBS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BS에서 2012년부터 아나운서로 일한 A씨는 2012년부터 매주 월~금요일 동안 EBS의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다. 입사 당시 A씨는 사측과 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으나, 2020~2021년 사이 3차례에 걸쳐 계약서를 쓰고 출연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EBS 측은 이 계약서를 근거로 2021년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A씨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이러한 통보가 “부당해고”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방노동위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구제 신청을 인용했다. EBS 측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중노위 또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EBS 측이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EBS 측 주장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BS 측은 “A씨의 업무를 지휘·감독한 바 없고, A씨도 EBS에 근무하는 동안 자유롭게 겸직하며 다른 회사로부터 소득을 얻었다”고 했다. 또 “A씨를 근로자로 인정하더라도, 2020년 작성한 계약서에 계약기간이 명시된 만큼, 계약 종료는 정당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EBS의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EBS 측에 근로를 제공하였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또 “방송사의 (업무) 개입·관여 정도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라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매월 10일을 전후해 뉴스 방송 횟수에 따른 보수로 일률적으로 지급받아 매월 고정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도 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2012년 첫 채용 이후 2년이 지난 2014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되었다 판단했다. 이때 무기계약직 신분이 된 만큼, 2020년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유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미 무기계약직인 만큼 계약기간 종료라는 해고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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