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작비는 물론, 싱가포르 국민들 혈세조차 내가 다 아깝다('전참시')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3. 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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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나혼산’, 명실공히 MBC를 대표하는 예능들의 명과 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주 지상파 예능 베스트, 워스트를 뽑자면 먼저 베스트는 MBC <나 혼자 산다>의 트로트 가수 박지현 편. 오랜만에 진짜 <나 혼자 산다>를 보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워스트는 다음 날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싱가포르 여행 편이다. 이영자, 송은이, 전현무, 홍현희, 거기에 명색이 <전지적 참견 시점>이거늘 왜 매니저가 없느냐는 지적이 걱정됐는지 홍현희 메이컵 담당 일명 '샵뚱' 한현재도 동행했다. 한마디로 구색 맞추기다. 일단 싱가포르 관광청 협찬이란다. 공짜로 여행하고 홍보 영상을 찍어주는 거다. 그러나 이 방송을 보고 싱가포르에 가고 싶어진 시청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방송 되자마자 붐이 일었던 <나 혼자 산다> '달랏' 편과 확연히 비교된다.

예능에 비행기 내부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 대부분 항공사 협찬이다. 한국인 셰프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기내식 메뉴를 짰다며 이영자가 열변을 토하는 장면은 딱하기까지 했다. 싱가포르 항공 비즈니스석 기내식을 먹으려면 얼마를 내야 할까? 공적인 여정이거나 마일리지로 등급을 올릴 경우, 그럴 때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비즈니스석을 선택할 사람이 시청자 중에 얼마나 되겠나. 그럼에도 <전지적 참견 시점>은 기내식 홍보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도착해서도 계속 먹방의 연속이었다. 싱가포르 물가가 워낙 살인적이지 않나. 보통 먹방을 찍을 때, 특히 동남아시아 여행의 경우 계속 가격을 언급하기 마련이다. 너무 싸다면서. 놀랍다면서.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가격 얘기가 거의 안 나온다. 딱 한 번 나왔다. 거리 자판기에서 사 마신 오렌지 주스. 오렌지 네 개를 즉석에서 짜서 주는데 1800원이니 싸다. 싱가포르가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제품은 싸게 공급을 한다고. 사이드카 투어가 이어졌는데 찾아보니 한 시간에 18만원에서 20만 원 정도다. 내 수준으로는 엄두를 못 내겠다. '샵뚱' 한현재는 체중 초과로 못 탔다. 하지만 예약 당시 이미 고지되어 있지 않았나. 나라면 남아서 같이 시간을 보내지 싶은데 그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인심하고는.

요즘 tvN <텐트 밖은 유럽 시즌 4> 프랑스 편이 방송 중이다. 이 방송을 보면 당장에 프랑스로 떠나고 싶어진다. 직접 요리해서 먹기도 하지만 프랑스 가정식 체험, 다채로운 디저트, 수려한 경치 구경도 하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다양한 그림을 보여준다. 그런데 <전지적 참견 시점> 싱가포르 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먹고 또 먹고, 끝없이 먹는다. 그러면서 <전지적 참견 시점>이 잘하는 또 한 가지가 있다. 터무니없는 러브라인 엮기. 이번엔 사이드카 기사와 이영자 씨를 엮었다. 사이드카 기사가 지나치게 말이 많은 것이 분명 이영자에게 마음이 있다면서. 해당 기사가 방송을 볼까봐 내가 다 두렵다.

금요일에 방송된 <나 혼자 산다> 536화 트로트 가수 박지현 편. 김광규, 데프콘이 나오던 초기 <나 혼자 산다>가 생각났다. 그냥 출연자의 일상, 특히 집안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가감 없이 보여주던 시절이. 서울 생활이 2년 반 정도 되었다니까 그 즈음부터 서울에서 혼자 지낸 모양이다. 대견했던 건 배달비가 아깝다며 직접 사러가는 장면. 바로 집근처인데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거다. 하지만 공감이 안 되는 건지 별 리액션이 없다. '배달비 고작 몇 천원 아끼겠다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 직접 사러 나간다는 거야?' 내심 그러지 않았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스물아홉 살 청년의 건강한 가치관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왕이면 음료수는 용기를 챙겨 가서 사오면 어떨까?

아직 자취 초년생인지라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살림이라는 건 경험이 필요하지 않은가. 사용한 수건으로 바닥을 쓱쓱 닦다가 다시 집어 올려서 머리를 말리는 장면을 보고 스튜디오에서 다들 경악을 했다. 그게 남이 보기 이상하다는 걸 아마 몰랐을 게다. 기안84가 나무라지 않고 편들어주는 장면이 좋았다. 누군가가 내 편을 들어주면 그게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다. 트로트 가수로는 첫 <나 혼자 산다> 출연이라는 박지현. 앞으로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한 지상파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타지 생활 경험이 있는 키, 그리고 인성 좋은 코쿤, 이장우 같은 선배들이 이거저거 일러주면 오죽이나 좋겠나.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 해마다 연말이면 <MBC 연예 대상>에서 각종 상을 휩쓰는 프로그램들이다. 명실공히 MBC를 대표하는 예능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답답한 노릇은 이번 주에도 싱가포르 편을 봐야 한다는 사실. 설마 3주 편성일까? 비행기 삯과 체재비는 싱가포르 측에서 댔겠으나 출연료는 MBC에서 나갈 텐데 어림잡아도 회당 수천만 원이겠지? 돈이 아깝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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