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세대 전투기 15개국에 수출 허용···하나둘 깨는 ‘무기 수출 금지’ 원칙

윤기은 기자 2024. 3. 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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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 합동 군사훈련이 열린 2022년 9월28일 일본 후지산 상공으로 일본 자위대 소속 F-2 전투기와 독일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 전투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이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를 제3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일본은 그간 평화헌법에 기초해 전투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지만, 방위장비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러한 원칙이 깨지게 됐다.

NHK 방송은 15일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차세대 전투기를 다른 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 개정안’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 측은 유엔 헌장에 따라 장비 이전협정을 맺은 15개국에 한해 차세대 전투기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협정을 맺은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양당은 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위해 각 전투기를 수출할 때마다 국무회의 결정 과정을 거치고,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국가에는 수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수출 허용 전투기는 영국·이탈리아와 공동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만 해당한다. 추가로 출시되는 국제 공동개발 무기를 수출하려면 다시 여당과 협의해야 한다.

정부는 각 당내 절차가 끝나면 오는 3월 말 국무회의를 열어 지침을 개정할 방침이다.

도카이 기사부로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취재진에게 “국제 정세가 날마다 변화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사안이며, 그 정도의 절차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차세대 전투기 수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오다가 이번에 합의한 공명당의 다카기 요스케 정무조사회장은 ‘(이번 결정이) 평화 국가로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전투기는 공격 무기라고 파악되기 쉽지만, 전수 방위를 위해 필요하다”며 “국가 방어에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접근하면) 헌법상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 3개국은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와 영국·이탈리아 유로파이터의 후속 모델이 될 차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일본이 미국 이외 국가와 방위 장비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 헌법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온 일본은 무기 수출 허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4년에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을 각각 개정해 자국에서 생산한 패트리엇을 미국에 최초로 수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현 규정상 차세대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이 거의 불가능해 운용지침 개정을 추진해왔다. NHK방송은 이번 개정이 “전후 안전보장 정책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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