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반도체 보조금 선방 예상···파운드리 경쟁 ‘청신호’

블룸버그 “미 정부, 60억달러 지급 계획”…예상 금액 TSMC보다 10억달러 많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2022년). 테일러시 제공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8조원 가까운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 건립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미국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7조9600억원) 규모의 반도체법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2년 제정된 미국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5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보조금 60억달러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발표한 미국 투자 규모의 약 3분의1에 달한다.

이는 전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조금인 50억달러보다 10억달러가량 많은 수치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공장 2개를 짓는 데 4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 업체의 예상 보조금 규모는 전체 투자액의 8분의1 수준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역시 자국 기업인 인텔에는 직접 보조금과 대출을 합산해 100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법 보조금 규모를 늘리고자 추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미국 내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보조금 액수를 이같이 책정했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비용 상승 등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텍사스주 투자를 추진하던 2021년과 비교해 최근 인공지능(AI)이 업계 최대 화두로 부상한 만큼 삼성전자가 이와 관련한 추가 투자를 계획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초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싼 국내 업계의 우려가 컸던 점을 감안하면 ‘60억 달러’는 기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자금이 총 700억달러가 넘는다면서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운이 좋은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 탓에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적은 보조금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반도체법상 보조금 지급 요건 가운데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시설 접근 허용,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은 한국 입장에서 독소조항으로 꼽혀 왔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60억 달러 규모 보조금을 받는다면 미국 측이 제시한 까다로운 조건을 어떻게 해소했는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규모 등과 관련해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