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 정기주총 표대결 완승…2대주주 "이제 시작"

백지현 2024. 3.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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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주주가 제안한 안건 12개 모두 부결 또는 자동폐기
2대주주측 "주총 시작일 뿐"...회사측 "주주신뢰 얻겠다"

최대주주 이병철 회장과 2대주주 '슈퍼개미'간 표대결이 펼쳐진 다올투자증권 정기주주총회가 최대주주의 완승으로 끝났다. 2대주주가 제안한 '권고적 주주제안' 정관 신설을 포함해 이사회 진입 시도까지 모두 부결됐다

다만 2대주주 측은 앞으로도 최대주주와 이사회를 향한 주주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선 회계장부와 이사회 의사록을 회사로부터 받아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실적 회복으로 주주들의 신뢰를 얻겠다고 밝혔다.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백지현 기자 jihyun100@

2대주주 제안 안건 줄줄이 부결

다올투자증권은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4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오전 9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집계 확인 등 절차로 30분 가량 늦게 시작했다.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총수 5916만9817주 가운데 본인(전자투표 포함) 311만7282주, 위임 4270만275주가 참석했다. 참석율은 77.4%로 집계됐다. 

2대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 측이 제안한 안건 12개도 상정됐다. 이번 주총은 최대주주인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과 2대주주간 표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이병철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은 25.20%인 반면 김 대표와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4.34%로 약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관련기사: 최대주주 겨냥한 2대주주…다올증권 정기주총 표대결(2월 27일)

2대주주 김기수 대표 측 대리인은 차등적 현금배당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실적이 굉장히 안 좋은데 지배주주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배당을 받지 않는다면 저희도 받을 배당을 소액주주에게 돌려줘 주주환원율을 올렸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례는 정부 주도하 진행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반론을 폈다. 전수광 다올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은 "배당성향과 기존 배당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다"며 "우선주주의 원금상환 부분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결 결과, 권고적 주주제안 정관 신설은 26.6%의 찬성 표를 얻는데 그치며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한다. 이에 따라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 통과를 전제로 상정 예정이던 차등적 현금배당,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의 건도 자동으로 폐기됐다.

이밖에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도입(찬성비율 28.9%) △전자주총 도입(29%) △이사 정원 7인 제한(26.5%) △이사 임기 1년 제한(29%), △보수위원회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29.2%) 등 안건도 결의 요건에 미달해 줄줄이 부결됐다. 이사회 안건은 모두 통과

2대주주가 추천한 강형구 한양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26.8%의 찬성표를 받는데 그치며 부결됐다. 

반면 이사회가 올린 이익배당 안건과 이상무 현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과반수 찬성을 얻어 원안대로 승인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하는 안건은 분리선출제도에 따라 '3%룰'이 적용됐음에도 주총 의결을 통과했다. 3%룰이란 특정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규정을 뜻한다.

김 대표 측 대리인이 "이전에는 감사위원을 한 명만 뒀는데 이번에 굳이 한명 더 선임하는 이유가 뭔지"를 묻자, 회사는 2020~2022년에도 감사위원이 두 명이었으며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을 확대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사회 제안 후보인 김형남 사내이사 재선임, 전수광 사내이사 신규선임, 이혁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은 각각 72~87%의 찬성 표를 받아 가결됐다.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의 보수한도를 80억원으로 하는 회사측 안건도 60.5%의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당초 2대주주는 이를 38억원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회사측 안건 가결로 자동 폐기됐다. 

2대주주 측은 이사 보수 관련 안건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는 현 보수체계로는 경영진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 측 대리인은 "1대주주(이병철 회장)는 실적과 관계없이 증권사 1위 수준인 18억원이라는 기본급을 보장받고 있다"며 "제안한 안건은 보수한도를 무리하게 (낮추자는 것)가 아니라 지난번과 동일하게 38억원을 제안해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잘됐을 때 이익을 향유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광 본부장은 "보수 한도에는 법적 퇴직금을 포함한 것"이라며 "이창근 부회장이 퇴임하면서 20년간 지급된 규모를 올해 회계상 산정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영업손실에도 보수한도를 80억원까지 열어둔 배경에 대해 "사내이사 수가 4명이기 때문에 절대규모 자체는 크지않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2대주주의 제안 안건인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변경안 표결을 앞두고 김 대표 측 대리인은 "실적이 좋지않은 상황에서 이사들도 재선임되고 보수한도도 그대로 가게됐다"며 "회사가 주가도 실적도 안좋은 상황에서 단 하나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결국 이 안건 역시 찬성률 39.8%로 부결됐다.

다올투자증권의 2대주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의 대리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다올투자증권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있다./사진=백지현 기자jihyun100@

"이번이 시작" 추가 주주행동 예고

2대주주는 제안한 모든 안건이 부결됐지만 향후 최대주주를 향한 견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 측 대리인은 "개인의 사익을 위해 많은 시간을 감내한 것은 아니다"라며 "2대주주로서 이번 주총은 첫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프레스토투자자문 관계자는 향후 대응과 관련해 "열람·등사를 신청한 자료를 확인해보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법원에 회계장부와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해 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관련된 자료 등을 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2대주주를 지지한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1년 전부터 다올투자증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개인투자자는 주총이 종료된 뒤 기자에게 "아무래도 경영진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김기수 대표가 제안한 안건에 표를 던졌다"며 "지금 수억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데 소액주주 권리가 잘 보호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올해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대내외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실적을 회복하는 것이 주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꾸준히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할 수 있는 강한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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