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라" 총 든 군인·투명 투표함…'러시아 대선' 속 보이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 30년 집권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개시된 러시아 대선 투표가 논란이다. 총을 든 군인이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투명한 투표함에 투표를 받고 있어서다. "이게 민주주의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본래 러시아 대선 투표는 하루만 진행되나, 이번 투표는 처음으로 주말을 포함해 3일간 치러진다. 사전 등록한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로 온라인 투표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온라인 투표 사전 등록자는 470만 명.
러시아 민간 선거감시단체 골로스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해독해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反)푸틴 성향 러시아 매체 노보야가제타는 2021년 러시아 하원 국가두마 선거 당시 푸틴파 후보 9명이 오프라인 투표에서 패했음에도 온라인 투표에서 역전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매체는 전통적으로 반푸틴 성향인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온라인 투표 사전 등록을 강요당한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타이 지역 대도시 바르나올의 한 학교에서 교장이 교직원들에게 온라인 투표 사전 등록을 강요하고, 등록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을 단체 채팅방에 게시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는 총을 든 군인이 선거당국 관계자와 함께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면서 투표를 받고 있다. 이곳 투표함도 투명하다.
러시아 점령지 자포리자의 이반 페도로프 주지사는 BBC 인터뷰에서 "총 든 군인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푸틴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안 한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헤르손의 한 주민은 BBC에 "현지 주민 한 명이 유권자 명부를, 다른 한 명이 투표함을 들고 기관총을 군인을 동반하는 선거가 어디 있느냐"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코미디"라고 했다.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국가두마 의원은 러시아 공산당 소속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맡은 책임을 다하고 있는데 왜 그를 비판해야 하느냐"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지난 2월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4%였다.
레오니드 슬루츠키 국가두마 의원은 극우파 러시아 자유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다. 슬루츠키 의원은 국영매체를 통해 서방세계를 향한 적대심을 드러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4%였다.
블라디스라프 다반코프는 새로운사람들당 소속으로 국가두마 부의장을 맡고 있다. 개혁파를 자처하며 푸틴 행정부의 언론, 시민자유 탄압을 비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평화 회담을 해야 한다면서도 점령지 반환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언론인 출신 예카테리나 던초바, 보리스 나데즈딘 전 국가두마 의원 등 반푸틴 성향 인사들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혔으나 후보 등록을 거절당했다. 둔초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주장하며 출사표를 던졌으나 러시아 선관위는 서류상 오류를 이유로 등록을 받아주지 않았다. 반전주의자인 나데즈딘 전 의원은 지지자 서명이 무효라는 이유로 등록에 실패했다.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달 시베리아 감옥에서 사망했다.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는 대선 투표 기간 투표소 밖에서 반푸틴 집회를 벌이자고 공개 제안했는데, 러시아 검찰은 관련 집회 참여자들을 엄벌하겠다고 경고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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