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파업 업무개시명령 문제’라는 ILO 권고 애써 축소하는 정부[Q&A]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결사위)가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결사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정부는 보고서 공개 뒤 곧장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권고에선 한국 정부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권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사위 보고서와 관련된 주요 쟁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결사위 보고서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보고서는 174쪽 분량이다. 화물연대의 진정에 대한 위원회 검토 결과, 쟁점에 대한 위원회 판단을 담은 결론,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정부는 결사위가 한국 정부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결사위는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위원회는 2022년 11월24일과 12월8일의 업무개시명령이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와 화물연대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었다.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표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협약의 어떤 조항 위반인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협약 위반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사위 역할은 협약 위반 여부보다는 ILO 회원국이라면 누구나 이행할 의무가 있는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특정 조항을 위반했다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헌장상의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배했다는 점이다.”
- 결사위는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보고 있나.
“결사위는 보고서에서 ‘이 사건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는 특수고용직인 화물기사들의 단체인 노조를 지속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고 적었다. 화물기사는 화물차를 직접 구매하지만 사실상 운송사·화주와 매우 종속적인 계약 관계에 있다. 그런 만큼 특수고용직의 파업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금지에 해당할 수 있어 문제라는 게 결사위 결론이다.”
- 정부는 결사위 권고가 법적 구속력, 직접적 제재가 없다고 주장한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다 해서 곧바로 제재를 받진 않는다. 하지만 권고는 국제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권고가 거듭되면 ILO 회원국인 한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고, 통상분쟁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한다. 민주노총은 ‘실제로 한국 정부가 결사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축적되면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 이번 권고가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
“이번 권고는 ILO 협약 87·98호와 관련돼 있다.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이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29호)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근거 협약이 다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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