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 비트코인 있는데 없다?… 불장에도 웃을 수 없는 사람들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비트코인 가지고 계세요?" 최근 식사 자리마다 무조건 나오는 이야깁니다. 연일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국내거래소에서도 개당 1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 못했던 가격입니다.
5년 전 이맘 때, 비트코인 가격은 3800~3900달러였네요. 한화로 500만원정도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죠. 지난해 연초만해도 1만6000달러(2100만원)였던 것이 현재 7만3000달러(9600만원)까지 올라왔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왜 진즉 사지 않았을까'하며 배 아파하기엔 더 억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트코인을 '가졌지만 가지고 있지 못한' 이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마음이 타들어갑니다.
지난해 6월 코인 예치 플랫폼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하루 차이로 잇따라 고객들의 출금을 중단하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제 먹튀 논란이 아니라 실제로 '먹튀'를 했다고 해야 겠네요.
이들은 코인을 예치하면 원금 보장은 물론 운용을 통해 연 10~12% 수준의 이율을 제공한다고 홍보하며 예치 코인을 끌어 모았는데, 돌연 출금을 막고 잠적하면서 코인을 맡긴 고객 입장에선 하루아침에 보유 코인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하루인베스트 입출금 중단 당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대상이 아니라 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델리오가 출금을 중단한 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델리오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허가를 받은 정식 업체였고, 당국이 공인한 '가상자산 예치 랜딩 1호 사업자'라는 점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습니다.
하루인베스트 운영진은 원금 보장은 물론 업계 최고 수익을 지급할 것처럼 고객들을 속여 1조4000억원 상당 코인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지긴 했습니다. 델리오는 사건이 회생법원에 있다는 이유로 아직 관계자들이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당국의 정확한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예치해놓은 코인을 돌려받을 길이 요원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수록 피해자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이유죠.
빚을 내서 비트코인을 사고 예치했는데 원금은 날리고 이자만 생돈으로 갚고 있는 사회초년생, 퇴직금을 모두 예치하고 자녀들에게까지 예치를 권유한 아버지, 높은 이율을 이용한 재테크라고 생각하고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전세금을 전액 예치한 직장인, 덜 쓰고 덜 먹으면서 모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맡긴 대학생… 사정도 제각각입니다. 비트코인을 몇 개씩 혹은 몇십억원어치씩 맡긴 투자자도 있고요.
델리오의 경우 회생 절차를 두고 피해자들끼리도 내분이 생기고 있습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에서는 회생 대상 기업이 자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피해자들의 변제 가능성이 높아지는 쪽이 어느 쪽일지 의견이 갈리면서죠.
여기에 가상자산 전문 법무법인이 끼면서 피해자들의 입장 차이가 커졌고, 또 채권자 일부가 만든 채권자협회에 가입하려면 협회 가입비를 납부해야 하는 등 내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한편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실질적인 업권법이 될 2단계 법안 역시 서둘러 국회를 통과시켜야 합니다.
불공정거래 규제, 금융당국 감독 및 제재 권한 부여 등 이용자보호법에는 최소한의 내용만 담겨 있는 만큼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가상자산 예치, 운용업 등 개별 영업에 대한 구체적인 규율도 없고요.
현재 시장 전망으로 보면 비트코인 가격의 우상향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듯합니다.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미국에 이어 홍콩과 영국 금융당국에서도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허용을 논의하고 있고요.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이 나서고 있고, 각국 기관들의 자금 유입 수요도 계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가상자산 산업은 더 이상 음지에서 자라게 둘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자기 책임 원칙'이라는 것도 사업자들이 법적인 책임을 다하고 당국은 관련 시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성숙한 시장이 전제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고 난 뒤에 법안이 마련되는 것은 너무 늦을 겁니다. 관계당국에서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촘촘한 규율 정비에도 머리를 맞대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겠죠.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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