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중처법 1호’ 대한석탄공사 사장, 혐의 전면 부인

광업소 직원들도 공소사실 인정 안 해…법정 공방 예고

▲ 2024년 6월 말에 폐광할 예정인 태백 장성광업소의 갱도 입구.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2022년 9월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갱내에서 발생한 근로자 매몰 사망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경환(63)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5일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단독 김명중 판사 심리로 열린 원 사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원 사장 측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광산안전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장성광업소 직원 2명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5월 21일 다음 공판을 열어 서증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증조사란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서류 중 피고인들의 동의를 얻어 증거로 채택된 것을 법정에서 공개하고, 이를 통해 입증하려는 취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절차다.

피고인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인 의무와 광산안전법상 안전조치 의무 이행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원 사장 등은 2022년 9월 장성광업소 매몰 사망사건 당시 갱내의 출수 관리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광산 안전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가 죽탄(물과 석탄이 섞여 뻘처럼 된 것)에 매몰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해 9월 14일 오전 9시 45분쯤 태백시 장성광업소 지하 갱도 675m 지점에서 직원 A씨가 죽탄에 매몰돼 숨졌다. 사고 당시 작업자 6명 중 5명은 자력대피했지만 A씨는 휩쓸려 실종, 사고 발생 34시간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A씨는 갱도를 살피던 중 일부 구간에서 물이 많이 흘러 나온 것을 확인, 갱도에 들어가 채탄작업 중지 조치를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기업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다.

원 사장은 기소된 뒤인 지난해 말 감독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사표를 제출했으나, 산업부는 법원의 1심 판결 전까지는 사표 수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수리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