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는 의사과학자 양성에 달려있어
2024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 2000명 증원 정책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열악한 필수 의료 및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효약’으로 의대 증원을 주장하는 반면, 의사계는 의료 서비스 및 의료 교육 질 저하, 의료 인력 잉여 문제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필자는 지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힘써왔다.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대 증원 신청 중 50명을 의사과학자 양성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한민국은 2002년부터 기초 의학 분야 의사과학자 양성에 앞장서 왔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협력 아래 다양한 형태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추진되었고, 의과대학 역시 기초 의학 분야 연구자 양성에 힘써왔다.
하지만 연간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약 3000명 중 겨우 1%만이 기초 의학 분야를 진로로 선택하고, 의사과학자로서의 길을 이어가는 현실이다.
이는 졸업 후 의사과학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의사과학자 양성 과정에서 병역, 생활비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겹쳐 발생하는 문제이다.
최근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으면서 의료계, 정부, 산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과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과정 개편, 의사과학자 개인 지원 사업을 통한 진로 이탈 방지, 과학기술대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고자 한다.
바이오 헬스 산업을 선도하고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한 가지 목표에 뜻을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 포스텍·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대학은 새로운 형태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해 다양성을 더하고자 한다.
지금껏 우리가 양성하기 위해 힘써온 의사과학자가 기초과학을 하는 ‘의사’였다면, 과학기술대학에서 키우고자 하는 의사과학자는 의학을 깊이 이해하는 ‘공학자’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민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2020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경 3842조원에 달했으며 신약 개발뿐 아니라 인공장기, 예측 의학,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시스템 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2019년 헬스케어 분야는 전체 3.3%에 불과했던 혁신상 수상 기술이 2023년에는 86개로 가장 많은 혁신상을 배출하는 분야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의학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 포스텍·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대학은 공학·과학 기반의 의사과학자 양성을 통해 기존 의학과 공학의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의사과학자 양성 모델이 시도되고 있는데, 미국 칼 일리노이 공대는 세계 최초의 공학 기반 의대를 설립하여 공학 원리를 적용한 의학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기존 의대 운영과 더불어 연구 프로젝트 중심의 ‘Duke-NUS Medical School’을 신설해 기초의학 기반 의사과학자와 공학·과학 기반 의사과학자 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과학기술대학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기존 의학과는 다른 차원의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을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고, 지금은 불확실성에 과감히 도전해야 할 때이다.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다양성의 필요성과 현 시점의 중요성에 공감해 주시기를 바란다. 의학을 깊이 이해하는 ‘공학자’와 기초과학을 하는 ‘의사’가 함께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을 이끌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미래를 기대한다.
포스텍·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대학의 새로운 시도는 의학과 공학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를 혁신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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