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28년만에 ‘회장직’ 부활

95% 찬성률로 정관 변경 안건 통과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과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유한양행이 회장직과 부회장 직제를 신설했다. 유한양행의 회장직 부활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의 뒤를 이은 연만희 고문이 1996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28년 만이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95%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유한양행은 창립 당시부터 정관에 회장직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를 2009년 주총에서 삭제했다 이번에 부활시킨 것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제약 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혁신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데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직제 신설에 다른 사심이나 목적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유한양행이 회장 직제 부활을 예고하자 일각에서 특정인이 회장에 오르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정관 변경에 반대하는 일부 직원들의 트럭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회사 측은 “회사의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선제적인 직급 유연화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직제 신설에 우려를 표하며 지난 11일 미국에서 귀국해 이날 주총에 참석했다. 유 이사는 “할아버지의 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저 회사와 할아버지의 정신을 관찰하고 지지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조욱제 대표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로써 2021년 3월 선임돼 3년 임기를 채운 조 대표가 3년 더 유한양행을 이끌게 됐다. 그간 대부분의 유한양행 대표들은 6년 연임을 이어온 바 있다.

김열홍 R&D 총괄 사장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의 첫 외부인력 사내이사가 됐다. 이정희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 이사로 재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