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자 '육해공' 인도적 통로 허용…전쟁 변곡점 될까 [이-팔 전쟁]
"상징적 의미에 불과…육로 제한 완화해야"
"이, 국제사회 압박 인식…식량난 급한 불 끌까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이 5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기근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육상·해상·공중 경로를 총동원한 인도적 지원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인도적 지원 반입을 엄격하게 제한했던 이스라엘이 방침을 전환하면서,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해소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 해상·공중 지원 허용…북부 교차로도 첫 개방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앞서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넘치도록"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구호품 유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최근 한 주간 육·해·공을 통한 구호품 반입을 적극 허용했다.
미국과 요르단 등은 항공기를 통해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2일 스페인 구호단체 소속의 첫 국제 구호선이 식량 200t을 싣고 지중해 키프로스를 출항, 가자지구로 향했다.
지난 13일엔 이스라엘이 신설한 가자지구 횡단 군용도로를 통해 가자 북부로 처음으로 구호품이 직접 유입됐다. 그간 이스라엘은 이집트 접경 라파 검문소와 남부 케렘 샬롬을 통한 반입만 허용했다.
구호단체 "해상, 공중은 역부족…육로 지원 확대해야"
해상과 공중을 통한 식량 전달은 규모가 작고 비효율적이라며, 육상 검문소에서 트럭 진입 제한을 완화하고 구호품 수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더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중 투하는 상징적인 의미만 가지며, 민간인 사상 위험도 있다. 해상 통로도 항구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 관료들도 해상 구호를 위한 부유식 부두를 가자지구에 건설하는데 30~60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그리드 카그 유엔 인도주의·재건 조정관도 최근 "항공과 바다는 육지를 대체할 수 없으며,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육로를 통한 지원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호송대에 몰려들면서 구호품이 약탈되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가자 북부로 향하는 호송대에 주민들이 몰렸고, 혼란을 수습하던 중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면서 112명이 사망했다.
14일에도 북부 가자시티에서 구호품을 받던 주민 수십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 총격으로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IDF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스라엘의 엄격한 검문 절차가 가자지구 남부 교차로에서 병목 현상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쟁 초기부터 공격을 받은 가자 북부 식량난이 시급한데, 구호품이 남부를 통해서만 반입되다 보니 적시에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조 확대 방침은 변곡점…이, 국제사회 압박 인식"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 관계자는 이날 "문제는 원조를 검문하고 운송하는 게 아니라, 유엔이 가자 내에서 (구호물자를) 얼마나 많이 수집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라고 주장했다.
구호품이 하마스에 약탈되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전날 IDF는 라파 식량 배급소를 공습, 구호품을 약탈해 온 하마스 지휘관을 사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한계에도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원조 확대를 천명한 건 분명한 변곡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 달리아 셰인들린은 NYT에 이스라엘이 미국과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사회 사방에서 압박을 받고 있으며, 가자지구의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이 정책 결정자들에게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셰인들린은 "갑자기 인도주의적 지원이 중요해졌다는 점이 놀랍다"며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이 (이스라엘 정부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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