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녹음파일③ 청탁 직접 챙기는 정우택 목소리 "그게 잘돼야는데 그치?"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우택 녹음파일'은 총 86개, 전체 녹음 분량은 3시간 41분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정우택 보좌관이 충북 지역 사업가 A씨를 회유하고, 후원금과 현금을 요구하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보도했다. 오늘(15일)은 돈봉투 사건 당사자인 정우택 국회부의장 본인의 목소리를 처음 공개한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정우택 부의장은 "돈봉투는 돌려줬고, 청탁을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가 A씨와의 통화에서 정 부의장은 자신의 해명과는 정반대로 말하고 있다. '정우택 녹음파일' 내용을 종합하면 ▲정 부의장은 사업가의 청탁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연말쯤 청탁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청탁이 잘돼야 한다, 서두르라"고 말하는 등 사업가 A씨의 청탁을 직접 챙기는 정황까지 담겨 있다.
'돈봉투 CCTV' 일주일 후 통화...정우택 육성 "협력업체 해주기로 했어. 조금씩 받으셔"
정우택 부의장이 사업가 A씨로부터 저녁 식사를 대접받고 돈봉투를 받는 장면이 촬영된 날은 2022년 10월 1일.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10월 8일, 정 부장은 A씨와 전화 통화했다. 통화에서 정 부의장은 A씨가 보낸 옥돔 선물세트를 언급하며 고맙다고 말한다. 그런데 대화 도중 정 부의장은 불쑥 A씨에게 "협력업체는 해주기로 했다"고 말한다.
A씨가 정 부의장 측에 청탁한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지금까지 언론에는 ①A씨가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자신의 카페 영업 허가 관련 청탁만 알려졌다. 86개 녹음파일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②대통령 별장으로 쓰이던 청남대 안의 카페 운영권을 확보하는 것 ③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의 협력업체가 되게 해달라는 것 등 총 3가지 청탁을 했다.
청탁①에 대해서는 주로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가 거론한다. 그런데 소고기 파티 일주일 후 정우택 부의장과 사업가 A씨의 통화에서 청탁③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이다. 이날 정 부의장은 "협력업체는 저기 해주기로 했어. 뭐 저기 하니까, 하여튼 연말쯤 아마 그거 하는 모양이지?"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해당 대기업 계열사는 2022년 12월에 협력업체를 선정하기로 돼 있었다.
정 부의장은 두 달 뒤에나 있을 입찰에 A씨 업체가 선정될 것이라고 미리 귀띔하면서 "그때 조금씩 좀 해 주기로 했다고 하니까 조금 받으시면 되겠어"라고 덧붙인다. "청탁을 받은 적 없다"던 정 부의장이 사실은 A씨의 청탁 내용과 진행 상황까지 꼼꼼히 챙긴 정황이 이날 통화에서 확인된 것이다.
닷새 뒤 통화에서 또 청탁 언급한 정우택 "잘 돼야는데...빨리 좀 서둘렀으면"
위 내용의 통화 닷새 뒤인 2022년 10월 13일, 정우택 부의장은 A씨와 다시 통화했다. 이날 통화에서도 정 부의장은 "저번주에 뭐 또 좋은 걸 보내주고 그래갖고"라면서 A씨 선물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에 A씨가 "한번 또 좀 뵙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정 부의장은 "그래 또 봅시다. 어떻게 좀 빨리 풀려서 그게 좀 잘돼야 되는데, 그치?"라고 답한다.
정 부의장은 무엇이 풀려야 한다고 말한 것일까.
바로 이어진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 부의장은 "우선 ○○자원 거는 좀 빨리 서둘렀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데, 이에 사업가 A씨는 "예, 알겠습니다. 많이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한다. ○○자원은 A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따라서 두 사람은 닷새 전 통화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청탁③인 대기업 계열사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정 부의장은 "잘 돼야는데", 좀 서둘렀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는데, 이는 정 부의장이 A씨의 청탁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청탁의 실현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음을 보여준다.
정우택 보좌관이 A씨 청탁 실행한 정황도...정우택 "정치 공작이다" 반발
정우택 부의장이 사업가 A씨에게 한 말들을 '허언'으로 볼 수 없는 정황도 녹음파일에서 발견됐다. 정 부의장이 A씨와 통화하기 하루 전날인 2022년 10월 7일,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가 사업가 A씨에게 자신이 대기업 담당 팀장과 직접 통화했다고 말한 사실이 녹음파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우택 의원실이 조직적으로 사업가 A씨의 민원 해결을 위해 뛰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정우택 보좌관 : 저기 뭐야 정ㅇㅇ이라고 하는 (대기업) 구매팀장하고 전화통화를 했고.
사업가 A씨 : 네 네 네.
정우택 보좌관 : 근데 대리는 뭐 걔는 결정 권한이 없으니까. 그 팀장 전화번호를 내가 받아가지고 그 친구랑 한참 얘기를 나눴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ㅇㅇ자원(A씨 업체)은 받아들이겠다 ㅇㅇ자원은...(중략)그래서 일단은 모양상으로는 저기 비딩. 거기에 이제 입찰을 해야 된다 이거야. 어쨌든 거기에 참여를 시키겠다 그렇게 했는데 ㅇㅇㅇ대표(A씨) 연락처를 달라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명함을 사진 찍어서 보내준다고 그랬거든. 나한테 명함을 사진 찍어서 좀 보내줘.
- 사업가 A씨-정우택 보좌관 임 ○○ 씨 통화 녹음파일 (2022.10.7.)
뉴스타파가 정우택 보좌관이 돈봉투를 건넨 충북 지역 사업가 A씨를 회유하고, 언론 인터뷰를 종용하는 통화 녹음파일을 보도한 다음날인 어제(14일), 국민의힘은 정우택 후보(청주 상당구)에 대한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그런데 취소 하루 만인 오늘(15일) 정우택 부의장은 당의 결정에 불복할 뜻을 밝히는 입장문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입장문에서 뉴스타파와 충북인뉴스의 '돈봉투 의혹' 보도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자신은 "억울한 인격 살인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CCTV 영상과 녹음파일에 근거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가짜 뉴스'로 둔갑시킨 것이다.
뉴스타파는 정우택 의원이 현직 국회부의장 신분이고, '정치자금법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우택 녹음파일'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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