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회전문 인사' 제동…준신위 권고 받아들이나
"준신위 권고, 실질적으로는 선임 반대 가까워"
카카오의 외부감사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가 '회전문 인사' 논란과 관련해 경고했다. 이로써 정신아 대표이사 내정자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던 카카오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바꾸겠다더니…'도덕적 해이' 논란 경영진 복귀
15일 업계에 따르면 준신위는 카카오의 최근 신규 경영진 선임 논란과 관련해 개선 방안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준신위는 일부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하고, 평판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관리할 방안을 수립할 것을 카카오에 주문했다.
앞서 준신위는 지난달 책임경영·윤리적 리더십·사회적 신뢰 회복을 의제로 제시하고 세부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카카오에 권고한 바 있다.
카카오는 최근 정규돈 카카오뱅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본사 신임 CTO로 내정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정 전 CTO는 2021년 8월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총 76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정 전 CTO를 비롯해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 류호석 내부감사책임자를 비롯한 다수의 카카오뱅크 임원이 나란히 지분을 매각했다.
같은 해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대량 행사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카카오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통상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판다는 건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하기 쉬운데, 경영진이 주주가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전략총괄부사장(CSO)이었던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도 3만주를 매도해 61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현재 카카오 안팎으로는 정규돈 전 CTO의 복귀를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전 CTO는 사회적으로 크게 질타를 받았던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정 내정자도 상장한 직후 대규모로 스톡옵션을 실행했다는 점에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카카오 그룹에서 경영진 선임을 둘러싼 논란은 정 전 CTO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식회계 논란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해임 권고를 받은 류긍선 대표의 연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또한 먹튀 사태 당사자 중 한 명인 신원근 대표의 연임을 추진한다. 카카오가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는 인물들을 연이어 기용하면서 일각에서는 경영 쇄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시작부터 흔들리는 '정신아號'
준신위가 경영진 선임 논란과 관련해서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직접적으로 문제가 됐던 인사를 거론하거나 선임 여부에 대해 강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준신위 관계자는 "준법경영을 지원하는 기구인 준신위가 카카오에게 인사와 관련해 세부적인 방안을 직접 제시하는 건 맞지 않다고 내부에서 판단했고, 카카오가 경영 사황에 맞춰 적절한 방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가 우리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평판 리스크를 해결하라"는 준신위의 권고는 사실상 정 전 CTO의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낸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평판 리스크를 마련하라는 주문은 결국 문제가 됐던 정 내정자를 선임하지 말라는 메시지에 가깝다"이라면서 "대안이 없으니 직접적으로 경영진 선임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돌려서 주문한 것에 가깝고, 준신위는 제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준신위의 권고를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던 카카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내정자를 중심으로 기존의 카카오 사업·경영지원 조직을 각 부분 '리더' 체계로 간소화하는 방향을 골자로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별다른 조치 없이 논란이 된 경영진 선임을 강행한다면 준신위의 권고가 결국 '유명무실'할 뿐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카카오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인사가 CTO를 제외하고는 아직 확실하게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달 말 주주총회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내놓은 방안이 '미봉책'에 불과할 경우 준신위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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