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고용차관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ILO 협약 위반 아냐”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문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ILO에 개입 요청한 데 관해서는 “(해당 사안은) 제소가 아닌 의견조회 성격”이라며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ILO는 2022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결사의 자유 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진정에 대해 14일 권고안을 채택했다. ILO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결사위)는 노사 단체나 다른 나라 정부가 해당 정부의 결사의 자유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제기한 경우 이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대한 권고안을 ILO 이사회에 제출한다.
15개월 만에 발표된 권고안에서 결사위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조치에 대해 의견 표명과 함께 5개 사항을 권고했다. 결사위는 집단운송거부 참가자들에 대해 단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개별 조합원의 행동에 기인한 화물연대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결사의 자유와 불합치하지 않도록 보장하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오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정부의 이행 노력과 개선된 점을 적극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결사위는 노사 단체 등이 결사의 자유 협약 위반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권고안을 채택한다”며 “결사의 자유 보장 등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을 담는다”고 했다. “이번 결사위 권고에서는 우리 정부의 ILO 협약 위반을 언급한 내용은 없다”며 “결사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인 제재도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는 취지다.
화물연대에 대한 제재가 결사의 자유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권고에 대해서는 “당시 정부의 조치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강제 및 운송방해, 폭력 및 협박 등 실정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것이었다”며 결사의 자유 제한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권고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사실관계 및 정부 조치의 정당성에 대해 ILO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정부, ILO 권고 의도적으로 폄훼”
노동계는 정부 입장에 반발했다. 정부가 ILO 결사위의 판단과 권고를 의도적으로 폄훼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권고는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 탄압이 심각하게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며 이를 시급히 개선하라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결사위의 지적사항들에 대해 ‘결사의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사위의 이번 권고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권고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정부 주장도 반박했다. 당장의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아니며, 권고 이행이 없어 권고가 계속되면 ILO 회원국으로서 의무 이행 의지에 대한 신뢰가 저하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가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복귀를 명령한 데 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강제 노동’이라며 ILO에 개입을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이번 권고안이 해당 사안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지 관심이 쏠린다.
대전협은 정부가 ILO 29호(강제노동)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한 진정은 결사의 자유 협약인 제87호 및 제98호여서 별개 사안이다.
이 차관은 “전공의들이 ILO에 진정을 냈다고 하는 것은 긴급 개입 요청으로 의견조회 성격”이라며 “또, 그 사안은 강제근로 협약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ILO 29조는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과 안녕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경우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어느 나라나 국민 생명과 안녕은 모든 가치의 앞서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서 그렇게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은 ILO 강제근로 협약 위반 제외 대상이라는 정부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ILO도 강제근로 협약 관련해서는 비슷한 해석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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