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차관 '의새' 발언…의료계 적대감 노골적으로 드러내" 의협 발끈

박정렬 기자 2024. 3. 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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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가 하얀 가운이나 수술복을 입고 진료, 수술 등을 하는 이미지가 다수 올라와 있다./사진=뉴시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1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에는 집단 사직 의사를 표시한 의대 교수님들도 계십니다"란 문장에서 '의대 교수'를 '의새 교수'로 잘못 발음한 점을 두고 "평소 의사들을 얼마나 적대적으로 생각하고 비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며 날을 세웠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규홍 장관이 '의대 교수'를 '의새 교수'로 발음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며 "정황상 그런 발음이 나오기 힘든 단어였음에도 지난번 박민수 차관과 함께 '의새'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평소에 의사를 비하하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19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라고 잘못 발음해 곤욕을 치렀다. 박 차관은 다음 날 누적된 피로로 인한 단순 실수였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의사들이 이를 풍자하기 위해 '의사'와 '새'를 합성한 일러스트를 잇달아 올리는 이른바 '의새 챌린지'에 나섰고 한 의사단체로부터 고발까지 당했다.

15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브리핑에 나선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관료들이 만든 정책이 어떻게 의료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의사 비하 발언을 한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국무총리가 장·차관의 해임을 대통령께 건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전날 정부 브리핑에서 나온 박 차관의 발언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 차관은 또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민법에 따라 자동 사직 처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직서 제출 후에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660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그런데 민법의 660조는 약정이 없는 근로계약의 경우에 해당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4년이라든지 다년이라든지 이렇게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해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박민수 차관은 사실을 왜곡하고 판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법 적용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계약은 병원별로 다르고 상당수는 1년 단위로 재계약하므로 민법 제660조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16조는 '근로계약은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것과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 외에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면서 "1년이 경과한 후에는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다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도 근무한 지 1년이 지나면 사직서 제출을 통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95다5783)을 언급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그러면서 주 위원장은 "차관의 이런 행태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면, 정부는 사법부의 권위와 삼권분립의 원칙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황당한 법 적용을 통해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폭력을 멈추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같은 날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6만여명의 봉직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6%가 "정부의 정책 강행 추진은 부당하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또 90%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협 회원들이 실제 사법적인 조치를 당한다면 사직서 제출 등 자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는 탄압과 불통 행보로 봉직 회원들을 전공의들과 함께 자발적인 행동에 나서도록 종용하고 있다"며 "전공의에 이어 교수, 봉직의들까지 의료 현장을 떠나면 대한민국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재앙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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