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2위' 박용진 대신 전략공천...정봉주 떠난 자리도 논란

김도현 기자, 오문영 기자 2024. 3. 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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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22대 총선 서울 강북(을)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강북구을 국회의원 후보 선발이 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다. 민주당이 이 지역 경선 1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설화를 이유로 공천을 취소한 가운데 경선 2위 박용진 의원을 추천하는 대신 전략공천을 하기로 하면서다. 민주당이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비슷한 상황에선 경선 2위를 후보로 냈던 전례가 있어 후보자 선정 결과에 따라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병도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선 과정에서 선거·여론조사 등에 부정이 발생하는 문제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면 차순위 후보자가 될 수 있지만 (서울 강북구을은)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이 아니다"면서 "막말·태도 등 자세의 문제로 정무적으로 당 지도부에서 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전날 밤 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자 정 전 의원과 경선을 치른 박용진 의원이 후보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경선이 끝나고 민주당 총선 후보로 확정된 정 전 의원이 탈락한 것이기 때문에 경선 2위와 무관하게 당 차원의 전략공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앞서 정 전 의원은 2017년 "발목지뢰를 밟은 사람에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한 게 알려지며 목함지뢰 피해 장병들을 폄훼했단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정 전 의원이 "직접 사과드렸다"고 했으나 당사자들이 "들은 바 없다"고 하면서 거짓 사과 논란으로 이어졌다. 2001년 가정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당의 공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민주당 서울 강북구을 경선에서 51.8%를 득표하고도 패한 박용진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을 탈락시킨 민주당이 전략공천을 행하겠단 의사를 내비치자 즉각 반발했다. 박 의원은 경선에서 정 전 의원(48.2%)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으나 민주당 현역의원 하위 10% 평가를 받아 경선 득표율의 30%를 깎여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후 박 의원은 당에 경선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2024.02.29.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박용진 의원실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정 전 후보의 막말 등은 경선 이전에 있었던 일로 공천 심사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하는 일이었다"면서 "가정폭력의 경우 예외 없는 부적격 심사 기준에 있는 사유고, 정 전 의원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적격심사 당시 의무적으로 당에 제출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무 제출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만으로 후보 자격이 상실되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정 전 의원은 "당을 기망한 공천확정자가 아니라 애초에 원천 무자격자였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실은 "재심을 청구한 상태기 때문에 서울 강북구을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면서 "경선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거나 절차가 끝났다는 것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박용진 의원실은 "4년 전 총선에서는 부산 금정구 후보를 개인 신상 문제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자 차점자로 교체된 선례도 있다. 합리와 상식에 근거해 이번 일이 공정하게 결정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4년 전 선례는 2020년 3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부산 금정구 후보를 김경지 전 지역위원장에서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으로 교체한 것을 일컫는다. 경선에서 승리한 김 전 위원장과 관련해 불륜 등 개인의 신상 관련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당시 당 지도부는 명확한 근거가 없음에도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경선 2위인 박 전 사장으로 후보를 교체한 바 있다. 4년간의 시차를 민주당 지도부가 전혀 다른 해석과 결론을 내놓은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박 의원을 이번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단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고 전해진다. 한편 이재명·이해찬·김부겸 등 당의 전·현직 핵심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당 통합을 위한 선거대책위원회까지 출범한 만큼 계파 화합 차원에서 박 의원을 전략공천해야 한단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SNS(소셜미디어)에 "감동의 정치가 필요한 지금이다. '역시 민주당은 달라, 이재명 정치 바로 저거야' 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국민이 지지한다"고 남겼다.

김광진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도 SNS에 "경선에서 1위 했던 사람이 문제가 생겨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면 2위가 후보 되는 게 상식 아니냐"며 "아주 상식적인 일이 이렇게 어렵다는 게 참 의아하다. 박용진이 무슨 대역죄인이냐"고 썼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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