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이사회]①반복되는 '거수기'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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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사태로 이사회가 주목받고 있다.
교수님 이사회와 거수기 논란 속에서 이사회를 향한 책임도 커졌다.
이사회를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 중 하나는 '거수기'라는 비판이다.
거수기 오해를 하자면 국내 기업 중 이 문제를 피해 갈 이사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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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책임 무겁다'며 금융지주 사외이사 기피
"반대표 없다고 지나친 이사회 폄하 말아야" 지적도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홍콩 ELS 사태로 이사회가 주목받고 있다. 교수님 이사회와 거수기 논란 속에서 이사회를 향한 책임도 커졌다. 이사회를 향한 다양한 시각과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이사회를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 중 하나는 '거수기'라는 비판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이 침묵 속에 위기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는 평가다.
물론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15차례 이사회를 열고 162건의 안건을 상정했는데 결의 안건에 반대는 없었다. 수정·조건부 가결을 포함해 100% 가결됐다. 5대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모든 '보고 안건'별 사외이사 활동 내역란에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만 적혀 있다. 이사회가 충분한 견제와 감시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거수기 오해를 하자면 국내 기업 중 이 문제를 피해 갈 이사회가 없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 중 지난 8일까지 주주총회소집공고 보고서를 제출한 181곳 중 지난해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인 기업은 163곳(90.1%)에 달한다. 2022년보다 159곳(87.8%)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수기는 오해라는 평가가 많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전에 안건이 공지되면 이사들끼리 치열한 토론도 하고 반대도 하고 '이런 부분은 고쳤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이 개진한다"면서 "하지만 최종 안건이 올라갈 때 의견 차이가 크면 통과가 어려워 사전에 충분한 토론 끝에 협의를 거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이사들이 추가 의견이 없을 때, 최종 안건으로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반대표가 없으니 거수기'라는 지적은 이사회 운영 방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지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이사들간 이견이 커 결정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면 아예 회사는 안건을 철회하고 다음에 다시 논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오해들로 최근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기피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도 "다른 산업계에 비해 보수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다양한 요구들로 책임은 무겁다"면서 "누가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하려 들겠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거수기 속에서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잇따른 금융사고와 대규모 손실 사태는 이사회가 경영진과 금융회사의 상품 심사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8명(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선임 때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며 반대 의견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표가 없다고 사외이사들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편견도 지나친 폄하라는 비판이 따른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외이사의 역할은 금속 탐지기 같아서 울리지 않는다고 역할이 없는 것이 아니며, 예방적 조치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사회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폄하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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