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도 유족이었습니다"...세월호 참사 10년, 새로 길어낸 이야기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 낸 두 권의 책 
'520번의 금요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세월호 10주기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 세월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온 이들이 있다. 작가와 인권활동가들이 모인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이다. 그날의 고통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해온 기록단이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책 '520번의 금요일'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를 펴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록단 소속 강곤 작가는 "기억은 박물관에 박제해 놓고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겠다는 약속"이라며 "더 많은 세월호에 대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기억하겠다는 실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520번의 금요일·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온다프레스 발행·452쪽·2만3,000원

'520번의 금요일'은 2022년 봄부터 2년여 동안 경기 안산시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총 148회 인터뷰하고 참사 관련 기록을 종합한 '백서'다. 연대기식으로 구성해 공과를 정리한 일반적인 백서와 달리 주제와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에피소드에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간 기억, 매일 가족의 절규가 가득했던 인양 현장 풍경, 참사에 대한 국가의 무신경과 무책임, 개선은커녕 참사가 잇따르는 현실에 대한 실망 등 생생한 기억과 증언이 담겼다.

"우리가 살아온 10년 세월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의 말대로, 유가족이 10년간 부딪힌 현실적인 문제들도 가감 없이 다뤘다. 배상금을 둘러싼 유족 사이 인식의 차이, 유가족 회비 납부 문제, 진상규명 활동은 하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가족협의회에 연락해 자기 권한만 얘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화 등 그동안 꺼내놓기 힘들었던 얘기들이다.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작가단이 단원고 생존자 9명, 희생자의 형제자매 6명, 20대 시민 연대자 2명과 나눈 인터뷰를 엮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어린 피해자들이 겪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 슬픔, 그럼에도 상처를 딛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유족의 범주가 부모로 한정되면서 희생자 형제자매들이 겪은 배제의 기억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아 친구를 잃고도 등교해야 했던 일부 학생들의 아픈 기억을 짚어보는 동안 참사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크고 깊은 고통의 궤적을 만들어냈는지 실감하게 된다.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온다프레스 발행·424쪽·2만2,000원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