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언론관?”···황상무 파면 촉구
야당은 15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 오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자 황 수석 파면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욕설 보도를 놓고 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MBC를 상대로 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충격적인 협박”이라며 “황 수석은 뒤늦게 ‘농담’이라고 둘러댔지만 농담으로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황 수석이 MBC 기자를 포함한 출입기자 점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8월6일 중앙일보 자매지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던 오홍근 기자에게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이 대검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건이다. 경찰 수사 결과 정보사 예하부대 현역군인들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오 기자가 월간중앙 1988년 8월호에 기고한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위는 “전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MBC 앞 집회 종용’ 발언에 이어 황 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까지 윤석열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은 언론공작정치를 하는 자리인 것인가”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심의위원회, 감사원까지 동원한 MBC 장악이 좌절되자 이제는 테러 지침까지 내리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백주대낮에 기자 테러 사건을 ‘농담’처럼 말하고, 언론을 향해 ‘백색 테러’ 협박하는 황 수석을 당장 파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황 수석을 즉시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언론인 테러를 언급하며 언론들을 겁박한 것”이라며 “황 수석의 망언은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주의와 언론 환경이 군사독재 시절로 후퇴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SNS에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회칼로 찌르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실의 언론관인가”라며 “황 수석은 즉각 사표쓰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과도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이념의 투사가 되려는 상황에서 참모라도 대통령을 균형점으로 오도록 끌어 당겨야 하는데, 대통령과 참모가 손에 손잡고 오른쪽 낭떠러지로 달려가는 것을 보니 한심하다”고 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는 SNS에 “국민들이 이제는 하다못해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친위 백섹테러를 웃는 얼굴로 언급하면서 기자를 겁박하는 그런 정권 아래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라며 “쌍팔년도식의 언론 탄압, 공안 탄압을 계속한다면 윤 대통령 또한 쌍팔년도 독재자들과 같은 말로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수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 경호실의 입틀막에 이어 대통령실 인사의 테러 암시 발언까지 우리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은 길들이기를 할 대상도, 통제할 대상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수석) 발언 맥락이나 경위는 전혀 모르지만, 내용을 보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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