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찾은 이재명 “대한민국은 심리적 내란 상태”

심진용 기자 2024. 3. 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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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갈등과 대결의 장으로 몰아넣어”
1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울산종합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총선을 앞두고 ‘험지’ 울산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정권 심판론을 부르짖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나라를 분열시켰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심리적 내란 상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울산 지역 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동울산종합시장을 방문했다. 파란색 점퍼를 맞춰 입은 후보들과 연단에 올라 직설적인 표현으로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사회를 갈등과 대결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심리적 충돌, 대결이 격화해서 나중에 진짜로 충돌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작은 차이를 넘어 손잡고 가게 하는 것이 리더가 하는 일이 아니냐”며 “차이를 드러내고, 편을 가르고, 밀어내고, 서로 갈등하고 싸우다 보니 야당 대표를 백주대낮에 칼로 목을 찌르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느냐”고 했다. 지난 1월 이 대표 본인이 부산 가덕도 유세 중 한 남성에게 흉기로 목을 공격당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통합”이라면서 “지금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2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국정에 대해 아무리 제안을 해도 야당 발목을 잡는 게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사회가 분열하고 있다고 소리 높이며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게, 제가 빈말로 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리적인 내란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제·산업·외교 등 정부 정책 전반을 맹비판했다. 그는 “경제가 완전히 폭망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무역 207위, 나락으로 떨어졌다”면서 “RE100을 탄압하느라 수출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바람에 좋은 일자리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울산 수암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RE100 이야기를 하면 알레르기 일으키는 분이 있는데,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모르는 게 잘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 27일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고 말한 것을 꼬집은 셈이다.

1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울산종합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에 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경제는 폭망하고 민생 파탄에다 평화는 위기”라며 “바로 어제까지 세계 10대 강국이었는데 눈떠보니 후진국이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감축을 비판하며 “IMF 때도 줄이지 않았던 예산을 줄여서 연구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황당한 정권이 어디있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이 ‘편향외교’를 한다고 지적하며 “왜 쓸데없이 주변 강국들과 충돌하나. 핵전쟁 위험이 있다고 경고를 받는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나”면서 “주가 안 떨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와 민주당이 수없이 지적하고 얘기하지만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 마이동풍”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구멍가게를 해도 종업원이 도둑질한다든가 주인을 기만한다든가, 일 안 하고 땡땡이를 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을 능멸한다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4월 10일(총선일) 심판의 날에 확실히 심판해 달라”고 소리 높였다.

이 대표는 이날 수암시장과 동울산종합시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태선(동구), 박성진(남구을), 오상택(중구), 전은수(남구을), 이선호(울주군) 등 지역 후보들과 함께했다. 수암시장에는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한 윤종오 진보당 후보(북구)도 동행했다.

수암시장에서 이 대표는 “발전과 풍요의 상징인 울산에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17개 시도 중 울산의 인구 순유출율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시작과 함께 동남권 메가시티를 폐기하고 메가서울 공약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이 울산 민생토론회 때 “잘 사는 데 불편하면 풀건 풀어야죠”라며 울산 그린벨트 해제를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건 그냥 하면 된다”면서 “왜 선거를 기다리느냐. 지금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적극 협조할 테니 지금 당장 하시라”고 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울산 6개 선거구 중 북구 1곳만 이겼다. 유일한 현역이던 이상헌 의원은 진보당으로의 후보 단일화 결정에 반발하며 지난달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 역시 보수 지지세가 강해 험난한 선거가 전망된다. 이 대표는 “울산 시민 여러분들이 심판해 주셔야 한다”며 “심판의날에 확실하게 울산 시민들이 심판해 주시길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15일 오전 울산 남구 수암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시장 상인과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은 울산 남구을 민주당 박성진 후보. 연합뉴스

울산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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